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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최종구의 '우산론'...저작권자가 납득할까

기사등록 : 2018-11-1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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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론 진의는 은행 수익 확대돼야 기업금융도 강화"
현 금융당국, 성장 방안 없이 은행 팔 비틀기로 일관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은행들은 비올 때 우산을 뺏지 말아야 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 말을 자주하면서 ‘우산론=최종구’라는 인식이 많아진 것 같다. 지난 10월 한달 동안에도 동산금융 활성화를 위한 은행장 간담회나 조선사 업황 점검 간담회 등에서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장 등 앞에서 했다. 자동차, 조선업이 어려운 때 부품업체의 재무ㆍ경영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여신회수나 신규대출을 기피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故 강권석 기업은행장이 "비올 때 우산을 뺏지 말아야 한다"는 우산론을 처음으로 펼친 인물이다. 은행의 수익을 확대하고 기업여신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우산론의 진의를 최종구 위원장은 잘 모르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산론의 저작권자는 故 강권석 기업은행장으로 그가 2004년 3월 취임식 때 했다. 정확한 발언은 이렇다. “해 뜰 때 우산을 빌려주고 비 올 때 우산을 빼앗아가는 짓은 하지 않겠다.” 기업은행의 존재근간을 중소기업으로 여기고 우산론을 설파했다. 1973년 행정고시 14회 출신으로 재무부 기획관리실, 대통령 비서실, 금감위 증선위원 등을 거친 고위관료를 지낸, 강 전 행장은 관(管) 주도의 산업화시대 철학이 강했다. 그는 “옛날에는 농업이 천하의 근본(農者天下之大本)이었으나, 산업화시대인 오늘날에는 기업과 기업인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기업인천하지대본(企業人天下之大本)’”라고 했다. 

관치금융에 불만을 가진 기자가 그를 사석에서 만나 “은행의 팔 비틀기 아니냐, 부실 중소기업 지원하다가 기업은행도 부실해진다”고 따진 적이 있다. 강 행장은 “과거와 같은 관치가 아니라 동반자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은행이 아무리 경영을 잘해도 거시경기가 안 좋으면 어쩔 도리가 없어 정부와 은행이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게 서로에게 윈-윈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에게는 중소기업 금융확대의 전제조건이 있었다. 그는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선 기업은행이 우선 수익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기업은행을 재무부의 기금쯤으로 여기던 후배 관료들을 몰아세웠다.

기업은행의 숙원이던 가계대출 취급 비율 확대를 받아냈고 민영화를 위해 정부 눈치보지 않고 해외 IR에 직접 나서 캐피탈그룹과 같은 세계적 금융그룹을 만나 지분매입을 요청했다. 취임 2년만에 자산 60조원 회사를 순이익 1조원, 시가총액 10조원, 자산 100조원이라는 1·10·100 목표를 달성했다.

강 전 행장의 우산론 진의는 ‘은행 수익이 늘고 체력이 강해져야 어려운 기업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우산론을 자주 꺼내는 최종구 위원장은 금융업을 적대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금융이 ‘거저먹는 자(Taker)’가 아니라 ‘만드는 자(Maker)’인 기업을 지원하는 주체로서 ‘실물경제의 방향타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거저먹는 자라는 말은 미국 경제 저널리스트 라나 포루하의 저서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 속 문구를 인용한 것이다. 라나 포루하는 다수의 금융기관과 금융 중심적 사고에 사로잡힌 CEO·정치인이 고장 난 시장 시스템을 이용해 자기 배만 불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산업의 발전을 모색해야 할 금융위원장의 인식이 ‘금융=거저먹는 자’라니 동반자·협력·윈윈관계라는 우산론의 진정한 속뜻을 되새겨보길 바란다. 은행 수익이 늘어나고 기업금융을 더 늘려도 될 정도로 체력을 강화시켰다는 금융정책을 보지 못했다. 우산론은 2007년 갑자기 순직한 고 강권석 기업은행장의 유지(遺志)이다. 

hkj7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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