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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노트] "이재용 위한 분식회계?"..'억지주장'우려

기사등록 : 2018-11-1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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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회계변경이 삼성물산 합병보다 이후로 영향 못 미쳐"
"2012~2014년 회계처리 검토 요구에 금감원 묵묵부답"

[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삼성에피스)를 관계사로 바꾸면서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 상승'→'삼성바이오의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 상승'→'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서 제일모직 주주에게 유리'→'제일모직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이득'.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관련 증권선물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11.14 kilroy023@newspim.com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을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고의적인 행위로 보는 사람들의 논리다. 쉽게 말해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인위적, 또는 편법으로 높여 제일모직 주식 가치를 높였고,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이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많이 갖게 됐다는 주장이다.

증권선물위원회는 14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에 대해 2012~2014년 회계처리는 과실, 2015년 회계처리에 대해서는 고의적으로 위반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1년 넘게 지속돼 온 삼성바이오에 대한 증선위의 최종 판단이다.

삼성바이오 논란을 이 부회장과 연결시키려는 측은 이번 증선위의 판단을 토대로 삼성측을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한대로 이 부회장 승계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삼성바이오가 회계를 위반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사건의 순서 등을 따져보면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모든 것을 '이 부회장의 편법 승계'라는 프레임에 가둬두고 짜맞추기 위한 논리로 보인다.

우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2015년 9월이다. 그리고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바꾼 것이 알려진 것은 2015년 감사보고서가 나온 2016년 4월이다. 순서상으로 삼성에피스의 지위가 바뀐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 어려웠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일반적으로 합병 비율은 1~2개월간의 주가나 기업가치 등을 기준으로 정해진다"며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비율 산정에 2015년 감사보고서상 내용이 반영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금융감독원이나 정치권, 시민단체 등이 시간이 흐르면서 삼성바이오 논란을 이 부회장의 승계 문제에 끼워맞추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애초에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를 2012~2014년 회계년도에 초점을 맞췄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가 처음부터 삼성에피스를 관계사로 하지 않고 종속회사로 잡은 것을 잘못으로 보고 조사했다는 것이다. 순수하게 회계상의 오류를 점검한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보다는 2015년 회계년도에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를 관계사로 바꾼 것에 대해서만 문제 삼았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엮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증선위가 2012~2014년 회계처리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하자 금감원은 이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나 일부 정치권에서 삼성물산 합병, 그리고 이 부회장의 승계 등과 연결지으려면 2015년 회계년도에 관계사로 바꾼 점을 핵심 문제로 삼아야 했을 것"이라며 "만약 2012~2014년에 종속법인으로 회계처리한 것을 문제 삼는다면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에 대한 잘못은 짚을 수 있어도, 이를 삼성물산 합병이나 이 부회장과 연결짓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3년후인 2015년 합병을 위해 2012년부터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로 했다가 바꿨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이나 정치권에서 기업의 잘못을 지적하고 이를 제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삼성바이오가 증선위 판단처럼 고의적 분식회계를 했다면 이는 바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이 사안을 억지로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행위'라는 프레임을 맞추려 하는 것은 '분식조사'가 될 수 있다.

 jinebi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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