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영국이 걷잡을 수 없는 정국 혼란에 빠져들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EU 측과 20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마련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 초안에 대해 영국 내각이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의회 통과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고, 장관들 줄사퇴와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 움직임까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 것.
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반대 시민이 영국 런던 의사당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도널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이 오는 25일 EU 특별정상회담에서 영국과 27개 회원국이 협정에 공식 서명한다는 시한을 제시했지만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경고와 심지어 ‘노 브렉시트’ 가능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뒤섞이면서 말 그대로 시계제로라는 것이 주요 외신들의 진단이다.
합의안 초안 마련과 영국 내각 지지에도 브렉시트 완료까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지만 당장 결정적인 변수는 영국 의회의 합의안 승인이다.
투스크 상임의장은 이번 협정이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마련됐다고 주장했고, 메이 총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커다란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의회를 압박하고 있지만 통고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가 최근까지 브렉시트 2차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정부의 이번 합의안은 실패작”이라며 “국가 전체를 위한 협정이라고 보기 어렵고, 메이 총리 자신의 약속과도 위배된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영국 가디언을 포함한 외신들은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 움직임이 고조되고 있다며 상황을 전하고, 앞으로 정국 혼란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메이 총리가 강하게 저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실제 탄핵 가능성이 제한적이지만 정치적 입지가 이미 크게 위축된 만큼 의회의 합의안 통과를 이끌어내는 일이 매끄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합의안의 의회 승인을 위해서는 하원 의원 650명 가운데 과반수의 찬성을 이끌어내야 하지만 집권 보수당 의원이 315명에 그치는 실정인 데다 보수당 내부에서도 강경론자들이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기를 들고 있다.
제1 야당인 노동당 내부에서도 합의안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기는 마찬가지. 극심한 진통 끝에 마련된 협정 초안이 영국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2차 국민투표를 실시하거나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내년 3월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는 최악이 상황이 전개될 전망이다.
이 밖에 주요 외신들은 극적인 타결로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이행되거나 브렉시트 자체가 좌절될 가능성도 열린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투스크 상임의장은 영국이 브렉시트 계획을 취소하고 EU에 남기로 결정할 경우 이를 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은 파열음을 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영국 파운드화가 장중 2% 가까이 폭락했고, 영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4bp(1bp=0.01%포인트) 내리 꽂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외환시장의 트레이더들은 어떤 방향으로도 파운드화 베팅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영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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