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히든스테이지
주요뉴스 사회

양진호 회장 검찰 송치···보름여 만에 무너진 '웹하드 왕국'

기사등록 : 2018-11-18 05:00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속속 드러난 엽기행각··· 분노하는 여론
양진호, 영상 공개 10일 만에 '구속'
서서히 베일 벗기 시작한 '웹하드 카르텔'
눈덩이처럼 불어난 혐의··· 자그마치 10개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위디스크는 회사가 아니라 양진호가 건설한 '왕국'에 가깝다".

웹하드 왕국을 다스리던 양진호(46)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16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양 회장은 폭행·강요·음란물 유포 방조·동물학대·업무상 횡령 등 총 10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양 회장 사건 관련해서만 총 91명이 경찰에 입건됐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회장 [사진=뉴스타파]

◆ 속속 드러난 엽기행각··· 분노한 여론

지난달 30일 탐사보도전문매체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양 회장이 2015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자리한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전(前) 직원 A씨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퇴사한 A씨가 위디스크 고객 게시판에 자신을 조롱하는 댓글을 남겼다는 것이 폭행의 이유였다.

이튿날인 31일엔 양 회장이 2016년 위디스크 워크숍에서 직원들에게 일본도·석궁으로 생닭을 죽이라고 강요한 영상도 공개됐다. 양 회장이 소유의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의 한 전직 직원은 "회사 내에서 양 회장은 제왕적 지위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 대학교수에게 침을 핥게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경악스러운 '갑질' 행각이 속속 드러나자 양 회장도 수습에 나섰다. 양 회장은 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그간 저의 오만과 독선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회사 직원분들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했다. 그러나 용광로처럼 뜨거워진 여론은 쉽게 식지 않았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사진=뉴스타파]

◆ 양진호, 영상 공개 10일 만에 '구속'

경찰은 양 회장의 만행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고 하루 뒤인 지난달 31일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앞서 위디스크에서 유통되는 음란물을 방치한 혐의로 양 회장을 수사해 왔었다. 경찰은 기존 웹하드 수사팀에 광역수사대 형사를 추가 투입해 사이버·형사 합동수사팀을 구성했다.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경찰은 3일 폭행 피해자인 A씨를 피해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A씨는 취재진에게 "지금까지 과오에 대해 양 회장이 법의 심판을 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7일엔 양 회장을 체포했다. 경찰은 양 회장이 소환에 불응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양 회장은 경기남부청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공분을 자아내 진심으로 사죄한다. 잘못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8일 폭행과 강요 등 혐의를 적용해 양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고, 법원은 9일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 회장은 폭행 영상 공개 10일 만에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7일 오후 경기남부경찰청에 압송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2018.11.07. withu@newspim,com

◆ 서서히 베일 벗기 시작한 '웹하드 카르텔'

양 회장 관련 의혹의 핵심으로 꼽히던 '웹하드 카르텔' 역시 서서히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양 회장은 앞서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파일노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상 유통되는 음란물을 삭제해주는 업체들과 유착관계를 맺은 뒤 부당한 수익을 벌어들였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심지어 음란물 유포에 선두에 나섰다는 폭로도 나왔다. 양 회장의 만행을 폭로한 공익제보자 B씨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양 회장이 디지털 성범죄 영상 관련 불법 업로드 조직을 운영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경찰은 양 회장이 웹하드 카르텔의 주범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16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필터링 업체 뮤레카는 위디스크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했고, 위디스크의 회계책임자가 뮤레카의 회계를 담당했다"라며 "양 회장이 뮤레카의 실소유주"라고 했다. 

경찰은 또 양 회장이 2013년부터 최근까지 웹하드 업체를 운영하면서 일부 헤비업로더와 공모해 불법음란물 약 5만2500건을 유포해 7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했다. 이 중에는 '리벤지 포르노' 등 불법 촬영된 일반인 성적영상물도 100여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웹하드 업체를 소유한 점은 인정하지만, 필터링 업체 경영엔 관여를 안 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뉴스핌] 최상수 기자 =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16일 오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송치되고 있다. 2018.11.16 kilroy023@newspim.com

◆ 수사는 끝나지 않았다

경찰은 검찰 송치 이후에도 계속해서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현재 인터넷에 음란물을 유포한 피의자 160명가량이 조사를 앞두고 있다. 추가 의혹도 여전히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경찰은 양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국세청에 의뢰했다.

권세를 누리던 천억원대 자산가는 폭행 영상 공개 보름여만에 허무하게 추락했다.

sunjay@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