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에 대해 엑시트(투자금 회수) 대신 추가 베팅을 택했다. 투자 규모도 기존의 2배로 키워 쿠팡의 성장성에 힘을 실어줬다.
쿠팡은 20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의 투자금을 추가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5년에는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의 투자를 받은 바 있다.
이번 결정으로 쿠팡의 최대주주는 창립자인 김범석 대표에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 변경됐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손 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애플 등 전 세계 투자자로부터 1000억달러(약 111조원)의 자금을 조성해 만든 세계 최대 기술투자 펀드다.
소프트뱅크는 2015년 전환상환우선주 방식으로 쿠팡에 10억달러를 투자하며 지분 21.83%를 확보했다. 그러다 지난 2분기 쿠팡 지분 전량을 비전펀드에 7억달러에 넘겼다.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로부터 넘겨 받은 지분에 이번 투자금 20억달러를 더해 27억달러(약 3조원)의 쿠팡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015년 당시 50억달러로 평가받았던 쿠팡의 기업가치도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90억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김범석 쿠팡 대표[사진=쿠팡] |
그럼에도 쿠팡의 경영권은 ‘차등의결권’을 활용해 김범석 대표가 그대로 유지한다.
차등의결권은 실제 보유한 지분보다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창업자 지분율이 희석되더라도 외부 투자자의 경영 개입을 막고 창업자의 책임 경영을 보장해줄 수 있다.
차등의결권은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은 제도지만, 투자 유치 대상이 국내 쿠팡이 아닌 미국 법인 쿠팡LLC였기에 가능했다. 쿠팡LLC는 국내 쿠팡 법인 지분 100%를 가진 지배회사로 쿠팡의 자금통로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추가 투자 유치는 적자가 누적된 쿠팡의 자금 숨통을 틔어주는 것은 물론,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라는 검증된 파트너의 확실한 지지를 재확인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3년 전 투자유치를 통해 소셜커머스에서 종합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변신한 바 있는 쿠팡은 다시 실탄을 채우고 '한국의 아마존'으로 성장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됐다.
다만 쿠팡 투자의 주체가 소프트뱅크에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 변경됐다는 점은 쿠팡의 향후 경영 행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1000억달러 규모로 그 중 450억달러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가 투자했다. 최대 출자자인 사우디 국부펀드의 출자 비중은 48.4%에 달한다. 이어 소프트뱅크(30.1%), 아랍에미리트(UAE) 무바달라개발공사(16.1%) 순이다.
비전펀드는 1000억달러 가운데 44%가 부채로 구성된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와 무바달라개발공사는 비전펀드에 자금을 댈 때, 일부만 출자하고 나머지는 회사채에 투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쿠팡의 적자 리스크를 감내해 온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와 달리 나머지 출자자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3년은 가능성에 보고 투자해왔다면, 앞으로 3년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사업 모델을 선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쿠팡은 그동안 고객의 삶을 획기적으로 편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 혁신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다”며 “소프트뱅크와의 파트너십에 힘입어 데이터와 물류, 페이먼트 플랫폼을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오른쪽)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겸 CEO가 20억달러 규모의 투자 결정 이후 도쿄에 위치한 소프트뱅크 그룹 본사에서 기념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쿠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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