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노벨상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 상위 1%의 고(高) 피인용 한국 우수연구자(HCR·Highly Cited Researchers)조차도 절반이 넘는 53%가 매년 연구개발 과제를 이어가지 못하는, 이른바 ‘연구단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인기초연구 분야에서 40%에 근접할 정도로 한국 과학계 연구단절률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상황과 맞물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벨상에 근접한 우수 연구자일수록 연구단절이 더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연구재단 박귀순 연구위원은 21일 발표한 ‘한국의 우수연구자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14∼2017년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한국 우수연구자 41명을 대상으로 연구생애 전 기간에 연구단절을 경험한 비율을 조사한 결과 '연구단절 경험'이 53%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기간 한국 우수연구자 가운데 최근 10년 사이에 연구단절을 경험한 비율도 34%로 집계됐다. 연구단절 조사에는 과제수행 이력이 없는 연구자와 현재 외국기관 소속 연구자, 사망자를 포함해 3인을 제외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2018~2022년) 관련 자료에서도 개인기초연구자의 연구단절률은 2013년 28.7%에서 ▲2014년 28.8% ▲2015년 32.0% ▲2016년 38.9%로 매년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단절률이란 이미 연구과제를 수행하던 연구자가 해당 연구를 끝내고 바로 그 다음 해에도 다른 신규과제에 선정돼 계속 연구를 수행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통계치다. 단절률과 관련한 연구과제는 보통 한국연구재단이나 NTIS(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에 등록된 국가연구개발 과제를 기준으로 한다.
예를 들어 거의 연구단절률이 40%에 근접한 2016년의 경우를 보면, 바로 다음해인 2017년 다른 신규과제에 선정되지 못해 이른바 '계속 연구가 단절된' 개인연구자는 2016년 기준으로 10명 중 4명에 달한다는 의미다.
또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우수연구자'는 40대 이상 연구자가 41%를 차지하고 있어 비교적 젊고, 60대 이상 '우수연구자'의 64%가 최근까지 '우수연구자'로 선정되는 등 고경력 연구자들의 세계적 학술 영향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97% 이상은 기초·원천연구에 왕성하게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공동연구도 세계 평균의 2배 내외에 달할 만큼 활발히 진행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보분석 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와 공동으로 분석한 이번 보고서는 한국연구재단과 클래리베이트가 이날 함께 개최한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 지원 전략 포럼’에서 발표됐다.
이희윤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이 21일 한국연구재단과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함께 개최한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 지원 전략 포럼’에서 축사하고 있다. 2018.11.21. [사진=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제공] |
2017년 우수연구자 성균관대 박남규 교수는 이날 기조강연에서 “묵묵히 소신을 갖고 걸어온 결과가 세계가 주목하는 친환경 에너지원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로 이어졌다”며 “실험에서 성공과 실패는 중요하지 않다. 실험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제발표 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한국화학연구원 전남중 박사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가 되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장기적 연구비 지원과 함께 성실도전에 대한 정부와 지원기관의 적극적인 인정, 나아가 행정업무 최소화를 통해 연구에 몰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클래리베이트의 김진우 지사장은 이번 발표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연구 발전은 연구의 양보다 질적인 영향력이 중요해지고 있으나 아직도 한국은 연구 영향력에 있어 상대적으로 미흡한 점이 많다”며 “연구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에코 시스템 구축을 통해 단계별로 우수 연구자를 발굴하고 관리하는 체계적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클래리베이트는 오는 27일 ‘2018년 논문의 피인용 횟수가 많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CR)’를 발표할 예정이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