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 탄핵소추 검토' 의결에 나흘째 침묵한 채 고심을 거듭하면서, 입장 표명에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법원 안팎으론 김 대법원장이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의견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상충하는 등 예민한 분위기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 출근하면서 법관탄핵소추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19일 2차 정기회의를 열고 격론 끝에 재판 개입 등 법관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를 '중대한 반헌법적 행위'로 규정하고 이와 관련된 법관들에 대해 "징계 절차 외에 탄핵 소추절차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결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출근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김 대법원장은 이날 회의 후 만찬에 참석해 법관 대표들을 만났지만 의결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음날인 지난 20일 전자문서 형식으로 의결 내용을 정식 보고받고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처럼 김 대법원장이 침묵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번 의결에 대해 사법부 수장의 입장 표명이 적절한지 여부를 두고 법원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판사들은 법관대표회의가 자문기구이지만 법관들의 여론을 대표하는 상직적인 기구인 만큼 김 대법원장의 입장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재경지법 한 판사는 "대법원장이 국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법관 탄핵 문제에 대해 사법부의 의견을 밝혀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 대법원장의 의견 표명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법관 탄핵 소추는 국회의 권한이고 이후 실제 심판이 이뤄질 경우 이는 헌법재판소의 영역인 만큼 김 대법원장이 나서서 동료 판사 탄핵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법관대표회의에 대한 대표성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소수의 판사들이 실제 법관들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전체 법관 2900여 명 가운데 법관대표회의 재적은 119명이다. 이 중 2차 정기회의에 참석한 105명이 해당 의결안에 찬반 의견을 냈고 이 중 53명의 판사들이 찬성했다.
김 대법원장도 이같은 사법부 안팎의 의견들을 청취하면서 입장 표명에 대한 고심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대법원장이 법관 탄핵 소추에 대해 찬반 어느 쪽 입장을 내놓든 파장이 클 수밖에 없어 의견을 표명하는 것 자체가 적절한지 심도있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며 "하지만 사법부 안팎에서 김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 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에 김 대법원장도 조만간 사법부의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 6월 첫 법관대표회의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진상규명하기 위해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안이 채택되고 각급 법원 대표들의 회의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거듭 개진되자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검찰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대법원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 13명에 대한 징계심의일을 다음달로 지정하는 등 검찰 수사를 이유로 중단됐던 징계 절차를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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