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국제 유가가 가파른 내림세를 타면서 헤지펀드들의 숏 포지션(가격 하락 베팅)이 급격히 확대돼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0월 초 배럴당 86달러 수준이었던 유가가 지난주 60달러 밑으로 추락하는 사이 헤지펀드들은 유가 하락 베팅을 세 배 넘게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에 대한 헤지펀드 숏 포지션 합산치는 현재 2억배럴 이상으로 10월 초 6000만배럴 수준에서 대폭 늘었다. 같은 기간 유가 상승 베팅은 급감했다.
트레이더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가 지지를 위해 감산에 합의할 것이라 밝힌 가운데, 다음 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OPEC 비회원국 간 회동을 앞두고 늘어난 헤지펀드 베팅 때문에 유가 변동성이 더 커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브렌트유 가격 1년 추이 [사진=블룸버그] |
브렌트유의 경우 지난주 가격이 12% 빠진 뒤 이날은 3%가 뛰어오르면서 배럴당 60달러를 간신히 넘어섰다.
원유 중개업체 PVM 소속 타마스 바르가는 “다음 주 OPEC 회동이 있을 때까지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관건”이라면서 “투기세력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앞서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고자 이달 말 기준으로 석유 생산을 일일 평균 1100만배럴 이상으로 사상 최대치까지 끌어 올린 가운데, 애널리스트들은 석유 시장 펀더멘털 상 사우디가 감산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애스펙츠 암리트 센은 “다음 주 OPEC 회의에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옵션이 아니다”라면서 “(감산에 나서지 않으면) 유가는 손쉽게 4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유가 하락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 때문에 사우디의 감산 결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OPEC 회의에 앞서 이번 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사우디, 러시아 지도부가 마주할 것으로 보여 유가 관련 논의가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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