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롯데그룹이 금융계열사를 제3자에 매각키로 하면서 신동빈 회장의 숙원인 지주사 체제 전환 작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경영 복귀 이후 발 빠르게 사업 재편에 나선 신 회장은 남은 과제인 호텔롯데 상장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27일 롯데지주가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외부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롯데의 지주체제 완성 작업도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
◆ 카드·손해보험 외부 매각… 캐피탈 등 정리로 금산분리 마침표
롯데지주는 금산분리 원칙을 다룬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 전환 2년이 되는 내년 10월 이전까지 금융사 지분을 처리해야 했다.
당초 롯데는 금융사의 제3자 매각보다는 계열사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식을 검토해 왔다. 유통 부문의 경우 카드사의 데이터가 가져다주는 시너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자 입장에서도 기업 규모에 비해 매력적인 매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롯데카드의 실적 악화와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로 외부 매각을 우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롯데카드로부터 분사해 그룹사 포인트와 빅데이터를 전담하는 롯데멤버스의 존재도 고려됐다.
또한 계열사 간 지분거래에 대한 금융당국의 시선도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그룹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이번에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과 지분 매각에 착수하면서 남은 롯데캐피탈 등만 정리하면 금산분리 원칙에 맞는 지주사 체제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뉴스핌] |
이번 금융계열사 지분 매각 자금은 롯데지주의 롯데케미칼 편입에 사용된 차입금 상환에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롯데지주는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23.24%를 2조2300억원을 들여 취득했다.
계열사 간 지분 정리를 통해 롯데 유화사들을 지주체제에 편입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인수자금 전액을 금융권 단기 차입으로 마련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의 지주 체제 편입과 금융계열사 처분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탄력을 받은 신 회장의 다음 행보는 호텔롯데 상장 수순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 '원 롯데' 지배력 강화 핵심은 호텔롯데 상장
신 회장의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한국 롯데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는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 상장이 필수적이다. 과거에서 수차례 상장을 시도했다가 경영권 분쟁, 검찰 조사 등 대내외 변수로 무산된 바 있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 등 일본 경영진이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이 복귀 이후 롯데케미칼의 지주사 체제 편입을 발 빠르게 시행한 것도, 일본 롯데가 호텔롯데를 매개로 롯데물산-롯데케미칼로 이어지는 계열사를 수직 지배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를 상장해 이 중 일부 구주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일본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을 희석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통해 일본 롯데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원 롯데를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 복귀 이후 밑그림을 그려놨던 지주사 체제 전환 작업을 순차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여기에 대규모 투자와 고용 계획도 밝힌 만큼, 남은 뉴롯데의 구체적인 윤곽은 연말 정기인사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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