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셀트리온의 혈액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트룩시마'가 5조원 규모의 미국 시장을 뚫었다. 업계에서는 트룩시마가 미국 퍼스트무버로 독주 체제를 완성한 만큼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셀트리온 전경 [사진=셀트리온] |
◆ 트룩시마, 최초로 미국 FDA 판매 승인
셀트리온은 28일(현지시간) FDA로부터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의 판매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트룩시마는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 중 최초로 미국 시장을 통과했다.
트룩시마의 원조의약품인 리툭산은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판매하는 혈액암 치료제다. 전 세계에서 많이 팔리는 항체 바이오의약품 중 하나로, 최대 시장은 미국이다. 미국 리툭산 시장은 약 5조원 규모로, 세계 리툭산 매출의 56%를 차지한다.
트룩시마의 미국 판매는 북미 판권을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 테바가 맡는다. 트룩시마의 구체적인 판매 시기는 테바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고, 발표할 계획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트룩시마는 이미 유럽에서 압도적으로 시장 지위를 확보해나가고 있다"며 "트룩시마가 미국에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진입한 만큼 시장 선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룩시마는 지난해 2월 유럽에서 허가를 획득한 후 올해 4월 판매를 시작했다. 트룩시마는 2분기 기준 3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중 '퍼스트무버' 고지 선점
업계와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트룩시마가 미국 퍼스트무버를 차지한 만큼 시장에서 독주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상 시장 선점 효과가 큰 데다 경쟁약들이 시장이 진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은 "주요 경쟁사였던 산도즈가 미국 출시 포기를 선언함에 따라 초기 선점이 중요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노바티스의 바이오시밀러 자회사 산도즈와 셀트리온은 미국 리툭산 퍼스트바이오시밀러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그러나 산도즈는 지난 5월 FDA로부터 최종 보완요구를 받았고, 결국 이달 초 미국 승인을 포기했다.
또 다른 경쟁자인 화이자의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PF-05280586'의 예상 허가 시기는 내년 3분기로, 트룩시마와 7개월 이상의 차이가 난다. 그 외의 다른 리툭산 바이오시밀러들은 아직 임상시험 3상 중에 있다. 업계에서는 이후 리툭산 바이오시밀러들은 2020년 하반기에나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한다.
그동안 셀트리온의 퍼스트무버 전략이 성공했다는 측면에서도 트룩시마의 미국 시장 전망은 밝다. 셀트리온은 2013년과 2016년 각각 유럽과 미국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판매허가를 최초로 받았다.
램시마는 국내 단일 의약품 가운데 최초로 전 세계 시장에서 연간 처방액 1조원을 돌파했다. 올 3분기까지 램시마의 미국 누적 매출은 2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을 넘어서는 수치다.
혈액암 치료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사진=셀트리온] |
◆ 바이오시밀러에 우호적인 미국 환경도 호재
최근 미국이 바이오시밀러 확대에 적극적인 것도 긍정적이다.
그동안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유럽과 비교했을 때 성장이 더뎠다.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87%지만, 미국은 3%에 불과하다.
이에 미국은 정부를 중심으로 바이오시밀러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월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바이오시밀러 액션 플랜'(BAP)을 공개하기도 했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는 "앞으로도 미국 환자들에게 원조의약품과 동등한 치료 효과를 가진 바이오시밀러 치료 혜택을 제공해 환자들의 삶의 질 제고에 더욱 힘써나가겠다"고 말했다.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