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만나 일제 강제징용 소송 절차 등을 논의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 2015년 5월부터 10월 사이 대법원장 집무실 등에서 김앤장 소속 변호사 한모 씨를 수차례 만난 정황을 최근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앤장은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국내 주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소송에서 일본 전범기업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다.
검찰 측 관계자는 “일제 강제징용 소송 관련, 대법원 주요 관계자가 청와대나 외교부 외에 피고 측 대리인과 직접 수시로 접촉하면서 비공식적으로 합의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미 지난 8월 조사를 통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 소송 판결을 늦춰달라고 법원행정처장에 요구했다”고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부터)과 박병대 전 대법관,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뉴스핌 DB] |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한 변호사를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송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겠다는 의견을 포함, 재판 진행 상황과 향후 절차, 대응 방안 등을 김앤장 측에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앤장에서 송무를 담당하던 한 변호사가 청와대와 대법원 간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고 본 것이다.
한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수시로 직접 연락을 주고 받으며 재판 진행 방향 등을 논의한 의혹을 받는다.
이에 검찰은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한 변호사의 사무실을 지난달 압수수색했다. 아울러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내며 재판 개입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같은 로펌 소속 곽병훈 변호사 사무실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이같은 수사 중간 결과를 토대로 당시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한 박병대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청구서에 관련 내용을 포함시켰다.
아울러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정점’이라 할 수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직접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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