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금융권이 기계·설비뿐 아니라 재고자산, 지식재산권(IP) 등까지 대출의 담보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촌음을 아끼고 있다. 이태껏 없던 시스템을 서둘러 만드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일괄담보제'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정보원은 내년 6월을 목표로 동산담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 중이다. 이를 위해 은행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상세하게 나누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권과 논의를 마치는 대로 내년부터 시스템 구축에 들어간다.
DB에는 기계·설비, 농축산물 재고자산, IP 등 동산담보에 대한 평가·관리·회수 정보가 한데 모인다. 중복담보 여부, 감가율, 회수율 등의 정보도 제공할 계획이다.
신용정보원 관계자는 "현재 DB에 들어갈 집중(핵심) 항목에 대한 초안을 마련했고 이달 안으로 은행권과 논의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일괄담보제 도입에 대한 주문이 있었던 만큼 여러 담보물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1년간 동산담보대출 취급 현황 [그래프=금융위원회]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으로부터 금융현안을 보고받고 금융제도 개선방안 중 하나로 일괄담보제 도입을 주문했다. 일괄담보제는 다양한 유무형의 담보들을 묶어 하나의 담보로 인정하는 것이다.
현재 금융권 대출은 부동산 담보에 치중해 있다. 자산 가치가 확실하고 처분이 쉽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이 굳어지면서 IP, 매출채권, 기계류에 대한 담보 평가 기법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렀다. 담보를 내기 위한 등기에 근거법도 달라 담보물건별로 등기를 내야 한다.
일괄담보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다. 개별 자산으로는 가치가 낮더라도 다른 담보와 함께 묶으면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기업이 기술력이나 사업성을 갖고 있다면 물적담보가 없어도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도 일괄담보제도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일괄로 담보를 잡으려면 법 조항 신설이 필요해 동산담보법 개정안에 이를 담을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무부와 구성한 태스크포스(TF)가 2주에 한번씩 모여 법 개정 등을 논의하고 있다"며 "동산담보대출과 일괄담보제 인프라가 따로 가는 것은 아니어서 감정평가법인 풀 구축이나 동산에 특화된 매각시장 구축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괄담보제를 바라보는 은행권 시각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동산담보 가치산정을 표준화하기 어렵고 관리가 까다로워 정착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동산담보물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된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기 때문에 인프라가 생기면 동산담보대출 활성화에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은행권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