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롯데그룹이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를 매각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둘 수 없다. 롯데그룹 금융계열사별 ‘매각 시나리오’를 분석해본다.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 93.78%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을 매각해야하는 롯데지주가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이른바 ‘내부 매각’이다. 유통업이 주력인 롯데그룹에서 카드사는 빅데이터 활용 등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밖에 있는 호텔롯데, 롯데물산 등에 롯데카드 지분을 넘기면 금산분리 이슈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한 달여 전부터 롯데카드의 매각 작업이 외부에 노출됐다.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거다. 지난달 27일 롯데카드 외부매각이 공식화됐다.
노무라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금융업에 애착을 갖고있다. 그럼에도 카드, 손해보험을 매각한다고 하자 일각에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우려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롯데지주 밖 계열사에 지분을 넘기면 금산분리 규제를 회피하려는 꼼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거다.
◆ ‘규모의 경제’ 우리·하나카드?
롯데카드 인수 후보군은 뚜렷한 윤곽없이 소문만 무성하다. 우선 전업계 카드사 중에서는 우리카드(우리금융지주), 하나카드(하나금융지주)가 언급된다.
최근 1조4000억원 규모 수수료 인하가 결정된 뒤 카드업계 전체적으로 수익성 악화가 예고됐다. 산업이 어려워지면 타격을 많이 받는 것은 아무래도 하위사다. 하위사인 우리카드, 하나카드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조달금리를 좌우하는 신용등급이 높아질 수도 있다. 하위 3사(롯데·우리·하나카드)의 신용등급은 AA로 상위사(AA+)보다 한 등급 낮다. 조달금리는 신용등급 한 단계 당 평균 40bp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 NH·BNK, 이참에 '전업계로?'
NH농협금융, BNK금융도 롯데카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된다. 두 곳은 계열은행 안에 사업부를 통해 카드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NH농협금융은 농협은행, BNK금융은 부산·경남은행이다. 이들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전업계 카드사가 돼 카드사업을 적극 키울 수 있다. 분사 후 ‘비은행 부문’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NH농협금융은 2012년 지주 출범 이래 꾸준히 카드(NH농협카드) 분사 논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꾸준히 NH농협카드의 경쟁력 강화도 주문하고 있다. 현재 NH농협카드는 사용액 기준 점유율 10~11%로 업계 4위다.
BNK금융은 이미 “실무진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BNK금융은 롯데그룹과 연이 깊다. 롯데그룹이 11.14%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롯데그룹은 1980년부터 BNK금융 지분을 보유했다. 이에 BNK금융이 인수전에 뛰어들면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빅데이터 활용’ ‘승계’ 한화?
한화그룹도 인수 후보자로 떠올랐다. 한화그룹은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등 금융계열사가 있지만 카드사가 없다. 한화갤러리아를 통해 유통업도 하고 있다. 유통업은 카드사를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적지않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포인트 적립·할인 등 제휴를 맺을 수 있는 부분도 많다.
승계를 감안해도 한화그룹에 롯데카드는 매력적이다. 한화그룹은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그룹 주력사업을,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가 금융사업을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정설처럼 받아들여진다. 롯데카드를 인수해 금융사업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 기간 내 매각 안 되면?
다만 롯데카드가 기간 내 팔릴 지는 미지수다. 롯데카드 매각절차가 지지부진하면 롯데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기간 유예신청을 할 수 있다. 공정위는 회사가 금융사 매각을 위해 노력을 했음에도 ‘지분매각 시 손해가 막대하다’와 같은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유예신청을 받아들여준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이러한 구제를 받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내년 10월 전까지 롯데카드가 팔리지 않으면 ‘법 위반’이다. 공정위는 롯데그룹에 시정조치(주식처분명령), 과징금 부과, 고발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세 개의 조치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동시에 부과될 수도 있다. 일단 시정조치를 내리면 공정위는 검토 후에 통상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매각기간을 다시 준다. 과거 SK그룹이 SK증권을 기간 내 매각하지 못해 주식처분명령과 과징금 약 30억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SK증권은 J&W파트너스가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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