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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뜯는 권력④] 은행청년창업재단도 '외풍'...1천억 향방은

기사등록 : 2018-12-11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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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때 설립, 박근혜 정권때 투자하기로 계획
1000억원 미집행...정권 바뀌자 이름 바꿔 투자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이명박 정권 말기인 2012년 5월. 은행 20곳이 2030세대 창업을 돕겠다며 5000억원 규모의 ‘청년창업펀드’를 조성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년실업 해결을 창업으로 해결할 것을 주문하자,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이 펀드 조성에 앞장섰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라는 법인 지위까지 얻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청년창업 정책을 시행하면서 순항하는 듯 했다. 총 재원 5000억원 중 3500억원을 박 전 대통령이 만든 ‘성장사다리펀드’에 출연하기로 했다. 이 돈은 다시 박 정권 경제정책의 상징인 창조경제혁신펀드로 흘렀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금융판 미르재단’이라는 의혹을 받자, 청년창업재단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다.

2012년 출범한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기금 규모만 5000억원에 달하는 금융권 최대규모의 사회공헌재단이다. 당시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서 열린 출범식에(왼쪽부터) 김영대 은행연합회 부회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박창교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리차드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뉴스핌]

11일 은행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성장사다리펀드에 대한 3500억원 출자를 2013년부터 매년 1000억원, 1500억원, 1000억원씩 늦어도 2016년까지 마칠 계획이었다. 박근혜 정권 말기인 2016년 9월까지 1300억원을 투자하며 그런대로 투자가 이뤄졌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투자가 모두 중단된다. 미르, K스포츠재단과 설립 배경과 재원 유사성 때문에 각종 의혹을 받았기 때문이다. 청년창업재단이 출자한 운용사 중에 박근혜 대통령 이종사촌의 아들인 J씨가 대주주로 있는 ‘컴퍼니케이파트너스’에 93억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K씨가 대표인 LB인베스트에 24억원이 투자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금융판 미르’라며 비판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권 청년창업재단은 기업들에게 준조세 부담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미르, K스포츠재단과 일맥상통하고 (목표 재원 5000억원 중 실제 출자) 4000억원이라는 모금금액은 상상을 초월하는 단위”라고 지적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도 위축될 수 밖에 없었고 그 파장은 성장사다리펀드로까지 미쳤다. 성장사다리펀드 출자 대신 카카오벤처, IBK캐피탈 타임와이즈, 아이디어 브리지 등 간접투자 출자펀드를 11개로 확대해 총 2709억원을 나눠 투자해야 했다. 성장사다리펀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이념인 창조경제혁신펀드에 대한 투자를 멈추고, 현 정권의 통치이념에 맞는 사회적기업 투자펀드와 기술금융투자펀드로 대상을 바꿔버렸다. 

청년창업재단의 남은 재원 1000억원의 행방도 최근 결정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출자(총 5000억원)가 완료됐어야 했지만, 올해 초 은행권이 공동으로 마련한 사회공헌사업 3년간 총 7000억원 규모의 투자 재원으로 들어간다. 

은행의 사회공헌사업이 정권의 입맛대로 오락가락 행보를 하며 정치권 외풍에 흔들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금융업을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의 잣대로 본다’는 분석이 있다. 

송원섭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가중심의 금융, 산업체계가 보수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고, 이에 반하는 개념이 진보로 받아들여지면서 금융에서도 왜곡된 한국적 개념이 나타났다”며, "과거의 것은 모두 뒤집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래는 국가중심의 금융이 진보이고 시장 중심이 보수이다.

hkj7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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