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글로벌 주요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2019년 경제에 대해 침울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13일(현지시각) 중국 인민은행(PBOC)부터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와 노르웨이의 중앙은행까지 내년 글로벌 경제의 험로를 예고한 것.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사진=블룸버그] |
이는 앞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내년 통화정책 정상화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후퇴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날 각국 중앙은행은 보호주의 정책 기조와 신흥국의 혼란, 이탈리아의 포퓰리즘에서 비롯된 리스크 및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굵직한 악재로 인해 내년 전세계 실물경기와 수요, 경기 신뢰가 꺾일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이달 종료한다고 밝힌 한편 내년 경기 하강 리스크를 경고했다.
그는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졌고, 리스크의 균형이 아래로 향하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재정적자부터 무역 장벽까지 세계 경제의 성장을 저해하는 정책들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내년 유로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하고, 2020년 전망치 역시 1.7%로 내렸다.
이날 이강 중국인민은행장 역시 경기 하강 압박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통화완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국과 관계가 크게 달라진 점을 부각시키고, 미 연준의 정책 기조가 수 개월 이전과 비교해 예측이 훨씬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의 정책자들도 이번주 통화정책 회의에서 유럽의 정국 혼란과 무역 마찰이 내년 글로벌 경제 전망을 흐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가 내년 경제를 둘러싼 잿빛 전망을 쏟아낸 데 이어 중앙은행들 역시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자 투자자들은 강한 경계감을 내비치고 있다.
전날 노무라가 내년 주요국 증시 폭락과 국제 유가의 배럴당 20달러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이날 핌코가 투자 보고서를 내고 지구촌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 날로 뚜렷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보고서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저항력이 곧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투자자들의 금리인상 기대가 크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응답자들이 다음주 연준의 25bp(1bp=0.01%포인트) 금리인상을 예상한 가운데 28%가 내년 6월까지 추가 긴축을 보류할 가능성을 제시했고, 12%는 5월초 통화정책 회의까지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WSJ과 인터뷰에서 “연준의 금리인상이 경기 침체를 초래하지 않았던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이번에도 실물경기의 하강 기류가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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