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주식회사 등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신외감법)’이 도입된지 한달여 지났다. 상장사들은 법률이 정한 외부감사인 선임기한을 맞추기 위해 정관을 개정하거나 내부감사기구 역할을 강화하는 중이고, 금융당국도 이들을 대상으로 설명회에 나서는 등 제도 연착륙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 역시 새로운 제도 내용과 유의사항을 전달하는데 주력한다. 아울러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른 민감한 회계 관련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0일 금감원은 ‘2019년 재무제표 중점 점검분야 사전 예고’를 통해 2018 회계연도 재무제표에서 주로 들여다 볼 4가지 회계이슈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新수익기준서 적용의 적정성 △新금융상품기준 공정가치 측정의 적정성 △비시장성 자산평가의 적정성 △무형자산 인식·평가의 적정성이 선정됐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현행 심사감리를 폐지하고 자산총액이나 매출에 비례해 감리 여부를 결정하는 ‘기업 재무제표 심사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이에 앞으로는 경미한 회계 위반에 대해선 지도 및 수정 공시로 끝내지만, 중대한 회계위반에 대해선 강도 높은 감리를 진행한다는 복안이다. 회계오류 방지 및 신중한 회계처리를 유도하면서도 신외감법 도입으로 감사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신외감법 도입 이후 기업들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제도 시행 초반인 11월초 서울 본원에서 신외감법·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설명회를 열었고, 오는 21일부터는 주요 5개 도시에서 순회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업계와의 스킨십도 강화하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6일 은행회관에서 국내 회계법인 CEO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회계법인 대표들은 새로운 외부감사법 도입과 관련해 애로사항을 전달했고, 윤 원장은 “신외감법이 실질적인 회계투명성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해달라”고 답했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업계와 소통에 더 신경쓰는 것 같다”며 “회계감독 현안 및 향후 방향성에 대해 공유하겠다고 한 만큼 업계 또한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반면 사회적 논란이 된 회계 이슈에 대해선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금융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헬스케에 대한 감리를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관계사인 셀트리온에 국내 판매권을 218억원에 되팔면서 이를 영업매출로 잡은 것이 고의 분식회계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회계처리 의혹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지난 10월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8억원을 매출로 인식해 흑자로 전환한 점을 조사해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윤석헌 금감원장은 “살펴보겠다”고 답변한 만큼 두달간의 사전 조사를 거쳐 감리에 착수했다.
이는 지난달 증선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이끌어낸 것과 비슷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지난 7월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에 대한 금감원의 조치가 정확성과 추체성이 미흡하다며 재감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고의적으로 회계처리를 위반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과징금 80억원·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등의 제재안을 관철시켰다.
11월말에는 제약·바이오 업계의 연구개발(R&D) 비용 회계처리에 대한 테마감리 결과를 발표하고 10개사에 계도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이어 내년까지 추가로 10개 내외의 제약·바이오 업체에 대한 감리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회계 관련 금감원의 존재감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대내외 비판에도 불구하고 할 일은 하겠다는 금감원의 의지가 강하다”며 “다만 이런 움직임이 자칫 규제 만능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