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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도 싫어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쟁점은 신청단체 소상공인 비중

기사등록 : 2018-12-1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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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본격 시행
적합업종 신청단체 소상공인 비중 30%에 불과해 '제2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적 제기돼
중기부 "신청조차 못 하는 업종 고려한 기준...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추진할 것"

[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생계형 적합업종'이 본격 시행됐지만,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적합업종 신청단체의 소상공인 회원사 비중이 30%로 정해지면서, 사실상 중소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중견 기업계는 물론, 제도 입법을 촉구했던 소상공인 업계도 제도에 대한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영세 소상공인 보호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의 상권을 보호하는 '제2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라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소상공인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 소상공인은 “현실에 맞게 최저임금 제도 즉각 개선하라!”, “상가임대차 보호법 즉각 개정하여 소상공인 영업권 보장하라!” 등을 외치며 소상공인기본법을 즉각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2018.05.14 leehs@newspim.com

지난 13일부터 시행된 특별법은 영세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마련됐으며, 지난 6월 국회 여·야 합의로 제정됐다.

앞으로 소상공인단체는 현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 만료 업종(1년 이내 만료 예정 업종 포함) 등에 대해 동반성장위원회 추천을 거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신청에 대해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15명)를 통해 해당 업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의 △영세성 △안정적 보호 필요성 △산업경쟁력 영향 △소비자 후생 영향 등을 종합 심의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와 대기업 등에 대한 예외적 사업진출 승인사항을 결정하게 된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 등은 원칙적으로 해당 업종 사업에 새롭게 진출하거나 확장을 할 수 없다. 또한 위반하는 경우 위반매출 5% 이내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대·중소기업 간 자율 합의를 유도하고, 시장 참여 자제를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와 달리 시장 진출을 금지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제력이 강해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기준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쟁점은 신청기준이다. 정부는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단체의 소상공인 회원사 비중을 30%라고 발표했다. 업종 대표 단체에 소상공인 회원사가 30%, 중소기업 회원사가 70%라면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예외적으로 단체 규모가 회원사 10~50개 일 경우 소상공인 회원사 10개 이상, 51개 이상 300개일 경우 50개 이상이어도 신청할 수 있다.

소상공인들은 사실상 제도 도입 의미가 퇴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상공인 법정 대표단체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2일 논평을 내고 "소상공인 비중이 낮은 현재의 기준은 소상공인이 아닌 중소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신청 여부가 판단될 확률이 높다"며 "이는 영세 소상공인의 사업영역을 보호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기존 취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연합회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 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소상공인·중소·중견·대기업 단체의 추천인 2명씩이 각각 포함된다. 소상공인 적합업종 지정에 참여하는 소상공인이 2명에 불과해, 사실상 중견·중소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연합회는 제도 도입 이전부터 신청단체의 소상공인 비중을 9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심지어 이러한 의견이 수용되지 않자 지난 10월에는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에 대한 반대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소상공인을 위해 도입한 제도에 소상공인들이 오히려 반기를 들고 있는 셈이다.

중견 기업계도 같은 이유로 반대의견을 보이고 있다. 중견 기업계는 이미 지난 2011년부터 시행된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인해 시장 진출을 제한받았을 뿐만 아니라 해외 업체들의 시장진출을 두고 봐야만 했다. 이미 여러 업종에서 중소기업에 우선권이 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의 기준은 또 한 번 중소기업만 우선시하는 규제라는 입장이다. 중견기업계는 보호 대상을 '소상공인'으로 분명히해 취지를 살리는 한편,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이에 대해 중기부는 영세 소상공인의 현실을 고려한 기준이라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해당 업종의 사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이 80~90%로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들의 단체 가입률이 현저히 낮은 현실을 고려한 것"이라며 "신청기준을 높게 할 경우 보호받아야 할 영세 업종들이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상공인 회원사 기준이 90%가 넘는 신청 가능 단체는 10곳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세성·보호 필요성·산업경쟁력 영향 등과 관련해 각종 통계·조사분석을 통해 심의 지정하는 방식인 만큼 지정 여부에 있어 신청단체의 영향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 도입 취지가 보호뿐만 아니라 영세하고 취약한 소상공인들의 자생력을 강화하는데 있다고 본다”면서 “생계형 적합업종을 기반으로 업종별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4m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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