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한진그룹의 단기 차입금 확대를 두고 증권가에선 한진칼 지분 9%를 사들이며 2대주주로 등극한 KCGI, 이른바 강성부 펀드의 경영참여를 무력화하려는 꼼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한진칼은 단기차입금 1600억원을 늘린다고 공시했다. 이번 증액으로 당초 1650억원이었던 총 단기차입금이 3250억원으로 약 2배 가량 증가한다. 차입이 완료되면 한진칼의 자산은 올해 9월 말 기준 1조9134억원에서 2조734억원으로 늘어난다. 자산이 2조원을 넘으면 상근감사가 감사위원회로 바뀌며, 최대주주 의결권에 변화가 생긴다.
예컨대 자산 2조원 이하일 경우에 해당되는 상근감사 선출방식에선 3% 룰 적용시 조양호 등 특수관계인은 3% 의결권만 행사가 가능하다. 반면 감사위원회 방식으로 바뀌면 개별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약 12%(조양호 3%, 자녀3명 각 2.3%씩 6.9%, 인하학원 2%)의 권한 행사가 가능해진다. KCGI 측은 동일하게 3%다.
KCGI 측이 경영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한진그룹이 ‘꼼수’를 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양지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감사임원 임기종료에 따라 KCGI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감사가 선임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며 “한진칼이 차입금을 늘린 것은 감사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 대표도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750억원은 기존 차입금만으로도 충당이 가능한데 왜 이 시점에 차입금을 늘렸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실제 한진그룹 측에서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산 규모 2조원이 넘으면 감사제도가 바뀐다”며 “최대주주 의결권이 전체 3%에서 개별 주주 3%로 제한되면서 한진 측에서 '잽'을 날린 격”이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경영은 이사회가 하는 것이지 감사위원이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사안을 중대하게 여기진 않는다”면서 “의외로 이번 일이 양사의 대화 물꼬를 트는 등 긍정적인 계기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KB증권] |
반면 한진그룹 측에선 이번 차입금 증액과 관련, "만기 도래한 자금에 대한 상환 목적"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진칼은 올해 700억원, 내년 2월과 3월 각각 400억원과 750억원의 채무가 만기된다. 내년 3월까지 만기되는 채무는 1850억원인데 반해 증액 후 단기차입금은 총 3250억원으로 두 배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으로 늘어난다.
단기 차입금의 경우 만기 도래 시점에 상환 또는 차환을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금과 같이 수개월 전에 차입금 증가를 결정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한다. 양 애널리스트는 “회사채의 경우 만기 한 달 앞두고 차환 발행을 하고 단기차입의 경우 만기가 도래할 즈음 필요한 자금이 있으면 연장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여신금융기관과 협의만 하면 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이번처럼 미리 앞당겨 차입금을 증액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측은 별다른 후속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지난 14일 KCGI가 내놓은 입장에 대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고 밝히 바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날도 “차입금 증액은 상환자금 조달을 위한 목적”이라며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을 예상해 금액을 증액했다”고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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