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하도급 갑질 기업의 공공입찰 제한 조치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공정당국이 벌점 경감사유를 줄이기로 했다. 특히 관계행정기관 표창 수상, 대표이사·임원 하도급법 교육이수 등은 벌점 경감사유에서 배제된다. 또 하도급대금 현금결제비율 100%, 협약이행평가 최우수·우수 등급의 벌점 감경폭도 낮춘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하도급 벌점 경감기준 개선안’에 따르면 현행 12가지의 벌점 경감 사유 중 5가지가 벌점 경감사유에서 배제된다.
먼저, 대표이사가 하도급법에 관한 교육을 이수할 경우 부여한 0.5점의 경감점수가 삭제된다. 담당임원 이수 경감점수인 0.25점도 없앤다.
하도급업체를 선정할 때 전자입찰비율 80% 이상일 경우 깎아주던 0.5점도 삭제된다. 공정거래위원장 또는 관계 행정기관장이 수여하는 표창 수상 2점 경감요인도 제외된다.
하도급대금 현금결제비율 80% 이상 100% 미만인 0.5점 경감도 삭제에 포함됐다.
아울러 4가지 사유에 대해서는 경감폭을 낮추도록 했다. 표준계약서 사용은 2점에서 1점으로 낮아진다.
공정거래위원회 [뉴스핌 DB] |
하도급대금 현금결제비율 100%는 1점에서 0.5점으로 정했다.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결과 최우수 업체 3점은 2점을, 우수 업체 2점은 1.5점을 부여토록 했다. 양호 업체 1점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발주자가 하도급업체에게 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경우 원사업자·발주자·하도급업체 간 직불 합의는 0.5점에서 0.25점으로 낮춘다.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지급관리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0.5점을 감경하던 점수도 0.25점으로 축소 조정된다.
현행 하도급법령은 하도급법을 위반한 기업에 대해 제재조치 유형별로 일정한 벌점을 부과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부과받은 특정 기업의 벌점 총계가 경감기준에 따라 공제받고 남은 누산벌점이 5점을 넘으면 공공입찰 참가가 제한된다.
올 3·8월 기간동안에는 포스코ICT, 강림인슈, 동일이 공공입찰참가 제한 조치를 받은 바 있다. 10점을 초과할 경우에는 영업정지 조치가 취해진다. 공정위가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요청하는 식이다.
현행 벌점은 경고 0.5점, 시정명령 2점, 과징금 2.5점, 고발 3점으로 규정돼 있다. 하도급대금 부당결정·감액 및 보복행위의 경우는 과징금 2.6점, 고발 5.1점이다.
문제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하도급법 위반 행위로 2015년 10월 0.25점, 2016년 4월 2.5점, 7월 2.5점을 받는 등 벌점 5점을 넘긴 한일중공업이 대표적이다.
해당 업체는 공공입찰제한을 받지 않고 올해 1, 2월 8점이 추가되는 등 최근 3년간 무려 19점이 누적됐다는 게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지적사안이다.
뿐만 아니다. 한화S&C는 9.75점, SPP조선 9.5점, 화산건설 9.25점의 벌점을 기록하는 등 기준보다 2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거론됐다.
GS건설(7.5점), 대림산업(6.5점), LG화학(6점), 대홍기획(5.25점) 등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도 공공입찰 참가 제한 기준인 벌점 5점을 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상당수는 경감사유가 적용되는 등 공공입찰참가 제한 조치에서 제외된 경우다.
하도급 벌점 경감기준 개선(案) [출처=공정거래위원회] |
이에 따라 공정위는 벌점 경감기준을 정비한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에 나설 예정이다. 시행령 개정 작업은 내년 초부터 착수한다.
이 밖에 벌점 관리 선진화를 위한 ‘시스템 기능 개선’도 내년 시스템 보수 과정에서 추진할 계획이다.
이동원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과장은 “공공입찰 참가제한 및 영업정지 제도가 보다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누산벌점’ 산정의 기초가 되는 벌점경감을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안을 이번에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이어 “마련한 이번 방안에는 법위반 사업자에 대해 개별 제재별로 부과된 벌점이 합산된 사업자별 벌점총계가 실시간으로 확인될 것”이라면서 “그 벌점총계가 높은 사업자 순으로 자동 정렬되도록 ‘사건처리시스템’을 개선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는 입찰제한 조치를 받은 포스코ICT, 강림인슈, 동일 외에도 한화S&C, 화산건설, GS건설 등 추가 10여개 기업에 대해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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