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국방부가 ‘36개월 교도소 합숙’을 골자로 하는 대체복무제를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0일 국방부 업무보고 시 ‘36개월에서 복무기간을 최대 1년까지 조정하는 방안’을 추가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청사를 방문해 ‘국민과 함께 평화 만드는 강한 국방’이라는 슬로건으로 국방부 업무보고를 받았다. 업무보고에는 정경두 국방부장관을 비롯해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 육‧해‧공 3군 총장 등을 비롯해 임종석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이 참석했다.
국방부 업무보고에 담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방안은 36개월 간 교정시설(교도소)에서 합숙하며 근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27개월(복무기간), 소방시설(복무기관), 출‧퇴근(복무방식) 등 기타 방안(2안 등)이 함께 고려되고 있기는 하나 정부안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36개월 교도소 합숙근무(1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양심적 병역거부' 위헌심판 선고일인 지난 6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선고 결과에 만족해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군입대를 하지 않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 처벌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yooksa@newspim.com |
◆국방부 “36개월서 복무기간 추가 조정 할 수도”…일각선 “제도 시행 전 시기상조” 비판
국방부는 당초 업무보고 초안에 1안(육군 현역병의 2배인 36개월 복무) 내용 아래에 12개월(1년) 범위 내에서 복무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참고 설명을 붙여 청와대에 업무 보고를 할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가 대체복무자의 복무 기간이 36개월보다 더 줄어들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 아니냐’며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19일 국방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체복무제 복무 기간 조정과 관련한 논란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알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장이 오고 국방부가 양보를 한 것이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기간 조정 문제는) 병역법에 기초해 초안부터 넣었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국방부청사에서 정경두 장관을 만나 국방부가 유력하게 검토 중인 ‘36개월 교도소 합숙근무’안에 우려를 표했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정 장관에게 “육군 현역병의 1.5배인 27개월을 넘겨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국자는 “현행 병역법에 따라 현역병과 사회복무요원도 기본적인 복무 기간이 있고 상황에 따라 조정 여지를 둔다”며 “형평성이 깨졌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국방부는 양쪽 얘기를 다 듣고 판단해서 최선의 안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정경두 국방부장관 pangbin@newspim.com |
현행 병역법 제19조에 따르면 현역병 복무기간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 6개월 이내에서 연장 혹은 단축할 수 있다. 또 제42조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의 복무기간 조정이 필요한 경우 1년의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다.
국방부는 이들 양측의 의견을 고려한, 보다 합리적인 대체복무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조정의 근거를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또 그 근거가 현행법에 있기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체복무제도 본격 시행 전인데다 ‘36개월 복무’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국방부가 복무기간 조정을 고려한 것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서울=뉴스핌] 김아랑 미술기자=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관련 주요 일지 |
이에 “제도를 시행해보고 대체복무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정부가 여론을 살핀 뒤 ‘지금 정도면 복무기간 단축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라고 할 수는 있다”며 “그 때 (조정을) 해도 늦지 않는데 왜 시행도 하기 전에 국방부가 조정을 언급하는 단서를 넣은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당국자는 “(업무보고 초안에) 1안(36개월) 밑에만 조정 기간을 명시했지만 2안(27개월)에도 적용될 수 있고, ‘1년’이라고 명시돼 있는 것을 추후 빼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자는 이어 “(대체복무) 대상자들이 급격히 늘거나 그렇지 않고 또 악용 가능성이 없어졌을 때 제도가 정착됐다고 판단해 조정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의미”라며 “국방부도 제도를 운영하며 (복무기간이) 너무 과하다거나 이런 의견이 있을 경우 병역법의 다른 이행 방안과 동일하게 법 개정 없이 (복무기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자는 “구체적인 조정 범위는 향후 정부안에 대한 입법예고 절차를 거칠 때 그 때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