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중국 후난성의 한 빈곤현(국가의 지원을 받는 가난한 지역) 학생들이 단체로 급식 우유를 버리는 사진이 보도되면서 먹거리 안전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추운 겨울에 찬 우유를 마시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학교 교장의 변명에 네티즌들은 더욱 분노했다.
중국 매체 광밍르바오(光明日報)는 후난(湖南)성 룽후이(隆回)현의 초등학생들이 교실 앞 하수구에 모여 급식 우유를 버리는 사진을 공개했다. 우유를 버린 학생들은 “냄새도 이상하고 한 입만 마셔도 토할 것 같다. 차리리 먹지 않고 버리는 게 낫다”고 답했다.
중국의 빈곤현으로 지정된 룽후이현의 초등학생들이 모여 급식 우유를 버리고 있다. [사진=바이두] |
광밍르바오 기자는 “일반 학교도 아니고, 빈곤현으로 지정된 곳의 학교에서 단체로 우유를 버리는 모습이 이상하다”고 해당 학교에 질문했다.
그러나 학교 교장은 “식품 안전은 낭비보다 중요하다”며 “추운 겨울에 찬 우유를 먹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을 얼버무렸다. 또한 그는 “일부 학생들은 우유 한 팩을 다 마시지 못해 버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변명했다.
이에 광밍르바오는 “우유가 찬 것이 문제라면 집에 가져가서 데워 먹는 방법도 있다”고 보도하며 “그러나 학교는 학생들이 급식 우유를 집으로 가져가지 못하도록 했다”고 꼬집었다.
해당 초등학교를 비롯해 주변 331개 학교에 급식 우유를 납품한 업체는 샹미유업(湘蜜乳業)으로, 지난 2012년 회사 설립 직후 룽후이현 인근 지역 우유 급식을 독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난 2015년 ‘중국 급식 우유 생산 기업 등록 명단’에서 샹미유업이 제외된 것으로 밝혀져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 급식 기업 명단에서 제외된 샹미유업이 수년간 독점적으로 급식 우유를 제공한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회사와 학교 간의 불법적 거래가 의심된다고 전했다.
루마이(盧邁) 중국발전연구기금 부이사장은 “학생들의 영양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매년 200억위안(약 3조2600억 원) 가량의 자금을 편성해 우유와 빵 등 간식을 공급하고 있으나, 예산 집행에 문제가 있는 지역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불량 우유 급식 문제는 앞서 장시(江西) 허난(河南) 안후이(安徽) 등 지역에서도 적발되면서 사회적 이슈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일부 지역의 우유 납품업체는 학교 교장과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학교에서는 불량 우유를 떠안은 것으로 밝혀졌다. 몇몇 학교 교장들은 뒷돈과 함께 고급 백주 우량예(五糧液)를 선물로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징역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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