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이다. 차기 회장 선출은 내년 12월경으로 예상된다. 1년 가량 남았지만 벌써부터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진행된 신한은행 ‘Re New Up 2018 디지털컨퍼런스’에서 위성호 은행장이 새로운 모바일 통합플랫폼 ‘신한 쏠(SOL)’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신한은행> |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 내 힘겨루기가 밖으로 드러난 계기는 지난 21일 전격적으로 발표된 계열사 인사였다. 연임이 유력시되고,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히던 위성호 신한은행장,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이 전격적으로 교체됐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이번 인사가 '세대교체'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경기 전망이 어려워 세대교체를 당길 필요가 있었다"며 "임원 생활을 8~11년 한 분들은 후배들을 위해 은퇴하는 방향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이날 본점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인사와 관련해 "퇴출당한 것"이라며 "당황스럽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위 행장은 "신한금융의 주요 5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지주 회장 후보군으로 육성되는데 이번 인사에서 5명 중 4명이 일거에 퇴출됐다"며 "임기가 남은 상황에 퇴출 통보를 받아 의문"이라고 말했다.
위 행장의 발언은 조 회장이 회장직 연임을 위해 자신을 포함한 유력 경쟁 후보를 사전에 '커트'했다는 점을 강하게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자신의 경쟁자를 쳐내고, 그룹 내에 본인의 '친정체제'를 확고히 했다는 것이다.
다만 조 회장과 위 행장의 '갈등 구도'가 확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위 행장이 인사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여러 할 말은 많지만 조직의 안정을 위해 말을 아끼겠다"고 말했다.
위 행장이 인사에 '불복'하기보다는 1년 후 차기 회장직에 도전하는 길을 선택할 것이란 관측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는 회장과 사외이사 4명,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회장과 사외이사 5명으로 각각 구성된다. 현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가 되면 회추위에서 제외된다. 결국 사외이사의 의견이 중요한 만큼 이들과 갈등을 빚는 것은 자신의 행보에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금융권에선 위 행장이 최근 부각된 이른바 '남산 3억원'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전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역대 최대 수익 △통합앱 '쏠'의 성공적 출시 △서울시금고 유치 등 굵직한 공을 세운 만큼, '남산 3억원' 의혹을 깨끗하게 떨쳐내면 회장으로 화려한 복귀가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위 행장은 '남산 3억원' 의혹에 대해 결백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자들을 만나 "제 과거사위 관련 위증 문제는 은행장 선임 당시 지주 자경위와 은행 임추위에서 법적검토를 오랜시간 한 것으로 안다"며 문제 없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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