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들을 채용하라고 기업을 압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에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에게는 징역 2년이 구형된 것을 비롯해 공정위 전·현직 간부들에게 실형이 구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전 위원장 등 공정위 전·현직 간부 12명에 대한 결심 공판 기일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 전·현직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 의혹을 받고 있는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정 전 위원장은 지난 25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바 있다. 2018.07.30 leehs@newspim.com |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국민은 공정한 자유경쟁을 보장해달라는 염원을 담아 공정위에 기업에 대한 감시 권한을 부여했다"며 "그 어떤 국민도 공정위가 자신의 권한을 '인사 적체 해소'라는 조직 이기주의 목적 달성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조직 차원에서 장기간 자행된 비위 책임이 실무자에만 귀속된다면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더 높은 지위에서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이 더 많은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피고인들은 다른 기관에도 재취업 관행이 존재했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형사 책임을 지어야 하는 것이지 피고인 책임을 덜어줄 사정은 아니다"며 정 전 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에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또 검찰은 "혹여나 다른 기관에서 그런 관행이 존재했다면 이사건을 계기로 그런 관행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며 "이 사건은 단순히 피고인들에 대한 심판에 그치지 않고 관행이라고 규정돼 온 현상에 대한 심판"이라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정 전 위원장과 같은 혐의를 받는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또 신영선 전 부위원장과 한철수 전 사무총장에게는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김준하 전 기획조정관과 김만환 전 운영지원과장에게는 징역 1년을, 지철호 현 부위원장에게는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이어 장장이 전 대구지방사무소장에게는 벌금 2000만원이, 윤용규 전 하도급개선과장에게는 벌금 1000만원이 구형됐다.
정 전 위원장을 비롯한 공정위 간부들은 최후변론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정 전 위원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재취업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운영지원과로부터 보고받았다는 내용이 전부"라며 "보고받은 내용은 간략한 형태의 추진보고에 불과했다"고 해명했다.
김 전 부위원장 측 변호인은 퇴직자 재취업 보고와 관련해 "수동적으로 보고받는 입장이었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며 "재취업이 어떻게 결정되고 실무진에서 어떻게 처리했는지 잘 몰랐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위원장은 위원장으로 재직하던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업에 공정위 퇴직자 16명을 채용하라고 압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 역시 자신이 재임하던 기간 동안 기업을 압박해 퇴직자들을 채용하도록 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김학현 전 부위원장은 업무방해 혐의와 더불어 2013년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 없이 공정경쟁연합회 회장으로 취업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하고, 대기업으로부터 자녀의 취업기회를 제공 받아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지철호 현 부위원장은 2015년 9월 공정위 퇴직 후 2017년 1월 직무관련성 및 이해관계가 있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상임감사로 취업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밖에 공정위 간부 7명도 공정위 퇴직자들을 채용하라고 기업을 압박하거나 취업 승인 없이 일반 기업에 취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정 전 위원장을 비롯해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 등은 구속기소됐으나 보석으로 풀려났고,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 등은 불구속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