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벌써 몇 년째 시린 겨울을 경험해 왔으나, 2018년은 그야말로 ‘암흑 시기’ 였다.” 중국 창업 전문매체 촹예방(創業邦)이 인용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2018년 3월 미중 무역전쟁 발발로 중국 스타트업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비록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라고 지시했으나, 변변한 담보 없이 사업성만으로 승부하는 스타트업들이 대출을 받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시중 유동성이 경직되면서 투자자들은 더욱 몸을 사렸다. 주가는 하락하고 부동산 시장도 주춤하면서 소비자들도 지갑을 열지 않았다.
촹예방은 2018년 한 해 중국에서 실패한 스타트업을 분석하면서 ‘중국=스타트업 천국’이란 공식도 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블록체인 ▲P2P금융 ▲부동산 ▲신소매 ▲공유경제 등 업종에서 대형 스타트업들의 도산이 이어졌으며, 이런 추세가 2019년에도 지속할 것이란 분석이다.
◆ 블록체인: 한순간에 꺼진 거품
올해 초까지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면서, 블록체인은 ‘세상을 바꾸는 명약’으로 불리며 수많은 스타트업들을 탄생시켰다. 블록체인 플랫폼, 가상화폐 채굴 사업장, 블록체인 미디어에 이어 블록체인 기반 훠궈 식당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이미 대다수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들은 문을 닫고 사업을 전환했다. 투자자들의 피해는 정확히 집계되지도 않는다.
촹예방은 “예전 인터넷 IT 버블과 마찬가지로, 신흥 산업들은 모두 거품현상을 겪는다”면서도 “다만 블록체인은 그 거품이 너무나 컸고 너무나 빨리 꺼졌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가격 폭락에 이어 관련 스캠(사기) 사건까지 터지면서 업계 충격이 더욱 컸다”고 설명했다. 주요 블록체인 스타트업으로 꼽히던 차오지밍싱(超級明星) 이더(以德) 등과 블록체인 게임 업체 칭와dog(青蛙dog) 등이 올해 문을 닫았다.
다만 올해 11월 인민은행이 블록체인 관련 보고서를 발행하고 전임 인민은행장인 저우샤오촨(周小川)이 ”블록체인 기술은 여전히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반전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기술력을 갖춘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되살아날 기회가 올 것이라고 촹예방은 분석했다.
산처럼 쌓여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중고 가상화폐 채굴기(왼쪽)와 저울에 채굴기를 달아보고 있는 매매업자(오른쪽) [사진=신랑차이징] |
◆ P2P금융: 무분별한 사업 확장의 끝은 줄도산
2018년 하반기 들어 탕샤오썽(唐小僧) 롄비금융(聯璧金融) 등 대형 P2P 업체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더이상 안전한 P2P업체는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중소형 업체들의 도산은 더욱 가속화했다. P2P업체 왕다이즈자(網貸之家)는 올해 최소한 383개가 넘는 업체들이 문을 닫았다고 집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2016년 8월 당국이 P2P업체 관리감독 강화를 천명한 뒤로부터 상황이 서서히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을 상대로 불법 고리대금 영업을 일삼고, 무분별하게 고객의 돈을 끌어다 쓰면서 업계 전반의 성장을 저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본인의 나체 사진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누드대출’까지 성행하면서 P2P 규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2014년 2300개에 달하던 P2P 업체 수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P2P금융이 내수진작 및 금융업 활성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건전한 발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쑤닝(蘇寧)금융연구원은 “비록 문제가 많지만 P2P 방식은 이미 새로운 금융 모델로 자리잡았다”며 “장기적인 조정을 거친 뒤 우량 P2P업체를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부동산: 떠들썩했던 임대주택의 그늘, 부동산 수익성 악화
지난 2017년 말, 중국 당국은 “집은 거주하는 것이지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임대주택 활성화 및 임대사업 지원을 강조했다. 1년 넘게 지속된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데 대한 대응책이었다.
정책 수혜에 힘입어 임대주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집중됐나 결과는 처참했다. 창업 초기에만 해도 주요 기관들의 러브콜을 받았던 ▲하오쭈하오주(好租好住) ▲유주커(優租客) ▲아이궁위(愛公寓) ▲딩자왕뤄(鼎家網酪) 등 업계 선두 스타트업들은 모두 사업을 중단하거나 파산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사업이 ‘규모의 경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업을 확대하지 않으면 쓰러질 수밖에 없다”며 “무분별한 투자로 인해 경쟁이 과열되다가 동반 침몰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기업 워아이워자(我愛我家)는 “장기 임대주택 사업은 사회 부동산 발전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면서 “철저한 기업가치 분석 및 대형 업체의 브랜드화 정착이 우선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바이두] |
◆ 신소매: ‘빛 좋은 개살구’ 무인상점, 무인편의점
2016년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온·오프라인과 물류를 결합한 ‘신소매(新零售)’를 제시하면서. 중국 주요 유통 체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신소매 경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무인 상점, 무인 편의점은 유통 혁명의 주인공으로 꼽히며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알리바바 징둥 텐센트 등은 무인 상점은 물론, 무인 식당과 무인 호텔까지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무인 가판기와 무인 편의점이 기대와 달리 아직까지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매체 촹예방은 “30여 개 기업들이 25억 위안이 넘는 투자를 유치했으나, 정작 무인 사업은 계획과 달리 정확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인 편의점들은 관리 시스템 미비, 고객 응대 부족, 재고 관리 실패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여름철에는 에어컨 오작동으로 영업을 중단해야 했고, 건축 허가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무인 가판기 역시 관리 소홀 문제가 대두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줄어들었다. 131편의점(便利店) 고고샤오차오(gogo小超) 등 업체들이 올해 파산했다.
장융(張勇) 알리바바 회장은 “무인 상점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이 필요하다”며 “기술력을 더욱 높여 차세대 무인 유통 시장을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 공유경제: 사업성이 빠진 ‘신4대 발명’
공유자전거는 ‘중국 신(新) 4대 발명’ 중 하나로 꼽히며 한국 미국 호주 영국 등으로 영역을 넓혀 왔다. 중국 네티즌들은 공유자전거가 대중교통과 함께 중국인들의 생활을 바꾸어 놓았다고 칭찬했고 ▲공유 자동차 ▲농구공 ▲우산 ▲충전기 ▲오토바이 등 다양한 공유경제 아이템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한 공유경제 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공유자전거의 쌍두마차로 꼽히던 오포(ofo)는 직원 감원, 회사 이전, 해외 지사 철수에 이어 보즘금 환불 지연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다른 공유경제 모델들도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2위 업체 모바이크(摩拜單車) 역시 감원에 나섰고 창업자 후웨이웨이(胡瑋煒)도 회사를 떠났다.
한 이용자는 “길거리에 오포 자전거는 많지만, 대부분 바퀴 바람이 빠져 있거나 체인에 문제가 있어 요즘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때 넘쳐나는 자전거들을 처리하지 못해 중국 공안당국이 공터를 임대해 수천 대의 자전거를 쌓아놓는 진풍경이 벌어질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투자에 비해 공유경제 수익모델 연구가 부족했고, 업체간의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부실 업체들이 퇴출되더라도 공유경제 모델이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재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오포(ofo) 베이징 본사에 보증금 반환을 받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진=바이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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