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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정신질환자 '관리 사각지대' 여전…2만명 퇴원 후 진료 안받아

기사등록 : 2019-01-0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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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외래치료명령제 강화 발표했지만 국회 발의 안돼
박능후 장관, 빈소 찾아 진료중인 의료인 보호강화 약속

[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복도에서 임세원(47) 교수가 환자인 박모(30)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임 교수를 숨지게 한 박씨가 조울증(양극성 정동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른바 '정신질환자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신질환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진료비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 수는 50만명에 달하며, 조현병 질환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지난 2017년 기준 10만7662명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신경정신과 의사에게 칼을 휘둘러 살해한 피의자 박모 씨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leehs@newspim.com

환자 수는 2012년 10만980명에서 2013년 10만2308명, 2014년 10만4127명, 2015년 10만6304명, 2016년 10만6942명, 2017년 10만7662명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7년 공개한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중증 정신질환자 5만4152명 중 퇴원한 지 한 달 안에 한 번이라도 정신과에 들러 진료를 받은 환자는 3만4304명(63.3%)에 불과했다. 약 2만명의 중증 정신질환자가 '관리 사각지대'로 숨어든 것이다.

아울러, 중증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도 관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이 인정 받으면 치료감호 처분을 받거나 치료감호와 형을 함께 선고받는다. 하지만 치료감호가 종료되면 일정기간 보호관찰만 이뤄질 뿐 더 이상 사법적 관리를 할 수 없다.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치료 감호소 출소자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해 정신과 상담 및 진료, 사회 복귀 훈련 등 정신보건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이를 강제하는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범죄 전력이 있거나 자·타해 위험성이 큰 정신질환자는 정신건강복지법 64조 외래치료명령제에 따라 지속적 치료가 가능하지만, 이 역시 보호자 동의가 없으면 강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지난해 7월 중증 정신질환자나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외래치료 명령을 내리거나 퇴원 사실을 지역 센터에 알릴 수 있도록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개정안은 아직까지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홍정익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퇴원과 함께 지역 보건소나 정신건강복지센터로부터 정기 검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강제 사항이 아니어서 서비스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전체 퇴원 환자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임 교수의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하고 진료중인 의료인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방안을 빠른 시일내에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fedor0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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