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가 넥슨 매각 절차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가치와 프리미엄 등을 감안한 매각 규모는 최대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글로벌 중국 정보통신기술(ICT)기업 텐센트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어 국내 게임산업의 중국 종속 현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김정주 NXC 대표가 지분매각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게임사 넥슨이 매각설에 휩싸였다. 사진은 지난해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김 대표가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는 모습. /김학선 기자 yooksa@ |
3일 투자은행(IB) 및 게임업계에 따르면 김정주 NXC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NXC 지분 67.49%와 부인 유정현(NXC 감사)씨가 가진 29.43% 등 총 98.64%를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NXC는 글로벌 게임사 넥슨의 지분 47.98%를 보유한 지주사다. 일본 증시에 상장한 넥슨의 시가총액(1조2600억엔, 13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6조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NXC가 보유한 스토케(유모차), 비트스탬프(가상화폐거래소) 등의 계열사 가치 및 기타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전체 매각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가 매각에 나설 경우 가장 유력한 후보는 중국 텐센트 홀딩스다.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텐센트의 지난해 매출은 2598억위안(약 42조원)이며 자산총계는 5546억위안(약 89조원)에 달한다. 연매출 2조3000억원과 시가총액 12조원 규모의 넥슨을 품에 안을 수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 꼽힌다.
텐센트는 이미 국내 게임 시장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2014년 5330억원을 투자해 넷마블 지분 17.7%를 보유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로 흥행에 성공한 크래프톤(블루홀)의 지분 10%와 카카오게임즈 지분 6%도 가지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부분도 강점이다.
특히 넥슨의 주력 시장이 중국이라는 점에서 인수 시너지를 가장 확실하게 누릴 수 있는 기업으로도 텐센트가 가장 먼저 거론된다.
넥슨 지난해 매출 2조2987억원 중 66%인 1조5100억원을 해외 시장에서 올렸는데, 이중 대부분이 중국에서 거둔 성과다. 올해로 중국 서비스 10주년을 맞은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의 경우 2018년에만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사세를 확장한 키운 텐센트의 전략을 감안할 때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평가다.
넥슨은 일본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기 때문에 대주주가 바뀔 경우 도교증권거래소의 심의를 거쳐야한다. 업계에서는 이미 텐센트가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이라는 점에서 넥슨 인수에 나서도 큰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업중에는 카카오와 넷마블이 후보군으로 꼽히지만 현실적으로 넥슨 인수는 쉽지 않다.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관건인데, 이는 넷마블 시가총액(9조2000억원)과 카카오 시가총액(8조4000억원)보다 많다.
프리미엄을 제외한 최소 6조원을 기준으로 잡아도 사실상 국내 기업들이 인수하기에는 너무 덩치가 크다. 김 대표가 경영권만 넘기는 수준의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인수전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분 전량 매각과 비교해 큰 이득이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넥슨이 텐센트에 매각된다면 국내 게임산업의 중국 종속 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한국 시장이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일종의 시험대(테스트베드)로 전락, 자생환경이 무너지고 많은 인재가 중국으로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삼하 서강대 평생교육원 게임기획과 교수는 “넥슨 같은 대형 게임사가 중국에 넘어간다면 국내 게임산업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으며 무엇보다 수많은 게임 인재들을 양성하고 현장에 배치시키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게임학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넥슨이 텐센트에 매각된다면 사실상 국내 게임 산업의 핵심 노하우와 기술력, 인재가 모두 중국으로 넘어간다는 의미”라며 “아무리 지분매각이 최대주주의 선택권이라고 해도 이런 부분에 대한 최소한의 경각심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