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약간 종합예술인이 된 느낌이에요. 이게 너무 좋아요(웃음). 그래도 전 개그우먼이죠. 제 옷이니까요.”
작년 유독 바쁜 한 해를 보냈다. 2004년 KBS 19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지만, 데뷔 이래 처음으로 걸그룹 ‘셀럽파이브’로 활동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라디오에도 도전했고, tvN ‘계룡선녀전’을 통해 첫 정극에도 나섰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에서 조봉대 역을 맡았던 안영미를 지난 2일 뉴스핌이 만났다.
개그우먼 안영미 [사진=YG엔터테인먼트] |
“드라마는 작년 초에 제안을 받았어요. 조봉대 역할을 보자마자 저를 떠올렸다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부담이 너무 커서 거절했는데, 계속 러브콜을 보내주셨어요. 그러다 원작 웹툰을 봤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출연했죠(웃음). 저는 재밌게 촬영했는데 아쉬운 부분도 있어요. 제일 더울 때, 제일 추울 때 찍어서 결과만 좋으면 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 소름끼치는 호응을 받은 건 아니잖아요. 같이 작품한 사람 입장으로서 조금은 아쉽죠.”
안영미는 ‘계룡선녀전’에서 파격 변신을 꾀했다. 그가 맡은 조봉대는 집터를 지켜주는 가신, 즉 터주신이다. 하지만 캐릭터보다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바로 헤어스타일이다.
“머리 염색은 제가 먼저 제안했어요. 그게 메소드 연기인 줄 알았던 거죠. 하하. 이렇게 해야 연기가 자연스럽지 않을까 했는데 이렇게 촬영기간이 길어질 줄 몰랐어요. 두 달 정도면 끝인 줄 알았는데, 드라마 경험이 없어서 요령이 없었던 거죠. 마지막에는 머리가 녹아서 끝에는 결국 가발을 썼어요.”
첫 정극 도전이라 안영미의 부담감은 갈수록 커졌다. 그래서 연기 선생님에게 코치를 받았지만, 그마저도 시원찮았다. 부담감을 내려놓자 자신에게 맞는 연기를 스스로 찾아냈다.
“진짜 제가 스마트폰 중독이라서, 제 이름을 포털에 40번은 검색해요. 처음에는 걱정이 정말 많았죠. 그래서 연기 선생님을 불렀는데 팔 다리가 묶인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혼자 했어요. 처음에는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아서 차분하게 했는데, 감독님은 원래 제 모습을 원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코미디 빅리그’, ‘SNL’때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좋아하셔서 마음이 놓였죠. 많은 분들이 자연스럽게 받아주셔서 다행이었어요.”
개그우먼 안영미 [사진=YG엔터테인먼트] |
안영미에게 2018년은 유독 ‘도전’이 많았다. 걸그룹 셀럽파이브 데뷔와 더불어 라디오, 그리고 드라마까지. 도전을 하기까지 쉬운 과정은 전혀 없었다. 그는 “미움 받을 용기가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라고 털어놨다.
“사실 악플이 많이 달려요. 그게 사람을 또 힘들게 하죠. 어느 사람이 미움 받는 걸 좋아하겠어요. 그럴 용기가 또 어디 있겠어요. 상처는 받았지만, 아무렇지 않다고 말해야 하는 환경이 너무 싫었어요. 그러다보니 점점 작아지고 자존감도 낮아지더라고요. 가장 큰 위안을 준 건 동료들이었어요. 서로의 상처에 공감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이 치유가 됐어요. 그래서 두려움도 많이 없어졌고요. 또 셀럽파이브라는 그룹으로 예능을 나갔을 때 혼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너무 든든하더라고요. 이제는 평가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졌어요.”
안영미는 송은이를 주축으로 신봉선, 김신영과 함께 그룹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룹 동명의 곡 ‘셀럽파이브(셀럽이 되고 싶어)’로 히트를 치고, 최근에는 두 번째 앨범 ‘셔터’도 발매했다. 개그맨, 개그우먼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다른 영역에 뛰어들었지만 결과는 대만족이었다고.
개그우먼 안영미 [사진=YG엔터테인먼트] |
“공개 코미디 방송도 몇 개 안 되고, 그마저도 환경이 열악하다고 알고 있어요. 그 친구들의 스트레스도 심할 거예요. 하지만 그 곳에서 섣불리 나오지 못하는 게 나오면 도태될 것 같은 마음 때문이에요. 그런데 그게 아니거든요. 저는 운이 좋아서, 많은 분들이 끌어주셨지만 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다양한 영역으로 웃음을 줄 수 있어요. 후배들에게 정말 ‘겁먹지 마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굳이 무대가 아니더라도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요. 송은이 선배가 그 길을 개척해준 것 같아요. 많은 후배들이 다른 영역에 뛰어들었으면 해요.”
작년에는 많은 분야에 도전했고, 좋은 성과를 거뒀다. 개그는 물론, 노래와 춤 그리고 연기까지. ‘개그’ 하나에만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만능 엔터테이너가 됐다.
“종합 예술인이 된 기분이에요(웃음). 저는 이게 너무 행복해요. 선이 없다는 기분이 좋더라고요. 많이 도전하고 싶어요. 그래도 전 개그우먼이에요. 그건 제 옷이고요. 다음 제 도전은 공연이에요. 막연히 꿈만 꿨던 부분인데, ‘안영미 쇼’를 만들고 싶어요. 공연장에서 보는 ‘SNL’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예전에는 무조건 19금 쇼를 하려고 했는데, 그건 아니고요. 하하. 메시지를 담은 ‘안영미 쇼’를 만들고 싶습니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