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민지현 기자 =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분석하면 기준금리 방향이 보인다. 의사록에 '인상' '확장' '과열' '긴축' 등 단어가 많이 등장하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인하' '하향' '부진' '하락' '침체' 등이 많이 언급되면 금리 인하가 임박한 거다.
박기영·이영준 연세대학교 교수와 김수현 한은 국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6일 BOK경제연구에 '텍스트 마이닝을 활용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 분석(Deciphering Monetary Policy Board Minutes through Text Mining Approach: The Case of Korea)'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의사록이 공개되기 시작한 시점인 2005년 5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의사록에 언급된 단어와 금리의 관계를 계량기법으로 검증했다. 여기에 같은 기간 약 23만 건의 신문기사와 채권 애널리스트 보고서 등에 나온 단어도 분석했다.
의사록의 문구가 '인상', '확장', '과열', '긴축' 등 매파적(Hawkish)일 경우 +1, '인하', '하향', '부진,' '하락', '침체' 등 비둘기적(Dovish)이면 -1을 부여했다. 약 2만개의 단어 중에서 매파적이거나 비둘기파적인 문구가 몇 개가 나오는지 단순계산을 통해 금통위 의사록 '어조 지수'를 산정했다.
<자료=한국은행> |
분석결과 금통위 의사록에서 추출한 지수는 여타 변수보다 기준금리에 대한 설명력과 예측력이 높은것으로 나타났다.
김수현 한은 국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어조 지수가 금리 변동에 선행한다"며 "어느정도 수준이상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금리가 변동하더라 하는 것을 사실 관측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 테일러 준칙의 GDP갭률과 인플레이션율 등과 함께 금통위 의사록 어조 지수를 설명변수로 추가할 경우 과거 및 향후 금리에 대해 상당 부분을 설명했다. 또한 기존에 활용되고 있는 한국의 불확실성지수(EPU 및 UI) 등에 비해서도 기준금리에 대한 설명력과 예측력이 높았다.
김 부연구위원은 "중앙은행 의사록에 머신러닝 기법을 적용해 어조를 측정한 최초의 경우"라며 "금통위의 논조가 금리 변동에 대한 설명력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계량 검증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아울러 텍스트 마이닝은 금융시장에서 중앙은행의 의도를 파악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앙은행이 자체적으로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을 진단하는 도구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도 했다.
즉, 텍스트 마이닝으로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을 지수화하면 해당 커뮤니케이션 어조 혹은 강도가 중앙은행이 의도한 바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점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금통위 전·후 기사의 어조 변화를 통해 통화정책의 충격을 완화하고 이것이 금융시장 및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자가점검을 한 논문이 이미 존재한다. 이러한 조류 속에서 한국은행도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