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베트남에서 이른바 ‘미드’를 보며 자란 부 반. 2009년 스탠포드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그녀에게 벤처 창업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수업 중 엉성한 영어로 발표를 하면 교수는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고,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시작한 대학 생활의 첫 1~2년은 좌절과 실망뿐이었다.
베트남 호치민시의 빈그룹 V스마트 휴대폰 론칭 행사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반전은 영어 스피킹 앱을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쓰린 고통에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은 그녀는 학업을 마치고 베트남에 귀국한 뒤 2015년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앱 ELSA(English Language Speaking Assistant)를 개발, 벤처를 창업했고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투자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동남아 지역 신생 기업 투자에 집중하는 몽크 힐 벤처로부터 320만달러에 달하는 투자 자금을 유치한 것.
최근 몇 년 사이 베트남 청년들 사이에 반과 같은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4일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동남아의 작은 나라 베트남의 IT 부문 창업 열기가 미국 실리콘밸리와 겨눌 만큼 뜨겁다는 얘기다.
실제로 아세안 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IT 부문 벤처 창업은 3만9580건에 달했다. 이들이 유치한 투자 자금은 2억9100만달러로 파악됐다. 이는 전년 대비 두 배 급증한 수치다.
시장조사 업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벤처캐피탈 이외에 텐센트와 JD닷컴 등 기업들의 투자 열기도 뜨겁다.
벤처캐피탈 업체 500 스타트업의 에디 타이 파트너는 SCMP와 인터뷰에서 “베트남은 다른 동남아 신흥국에 비해 강한 투자 매력을 지니고 있다”며 “무엇보다 IT 부문의 급성장과 젊은 인구 구조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의 IT 엔지니어 인력은 25만으로 집계됐고, 최근 3년 사이 관련 일자리가 두 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관련 인력의 임금이 중국과 인도에 비해 40% 낮은 수준. 큰 손들이 몰려들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베트남은 연 평균 6%의 고성장을 이뤘다. 9000만 인구 가운데 35세 이하 청년층의 비중이 60%를 웃돌고, 이들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열기가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어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투자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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