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피아니스트 최희연에게 베토벤의 음악은 '숭고함' 그 자체다. 그는 자신의 앨범과 독주회를 통해 이를 전달하고자 한다.
[사진=유니버설뮤직] |
피아니스트 최희연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8번, 26번, 27번, 30번' 앨범을 발매했다. 최희연은 8일 오전 서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에 와서 '숭고'의 의미를 많이 잊은 것 같다. 베토벤은 숭고함을 붙들었던 사람이고 음악에서 추구했다. 그 숭고함의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희연의 이번 앨범에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8번, 26번, 27번, 30번 총 4개의 작품이 포함됐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피아니스트들이 찾아 듣는 연주자' 등 최희연을 설명하는 수식어를 그대로 담아낸다.
최희연은 "곡을 공부하다보면 익숙해지면서 지겨워지는 시기가 오고 미워지는 시기가 오고 어느 시점을 극복하면 한 몸처럼 느껴진다. 베토벤의 곡 하나하나 애정이 많아 선곡이 어려웠다. 다만 앨범은 연주회와 다르게 계속 남기 때문에 '이것이 나의 목소리다'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선곡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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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텔덱스(Teldex)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이번 앨범은 그래미 상을 6회나 수상한 프로듀서 마틴 사우어와 베를린 필하모니 홀의 전속 조율사이자 거장들이 아끼는 조율사 토마스 휩쉬가 참여해 퀄리티를 높였다.
최희연은 프로듀서에 대해 "귀가 정말 좋으신 분이다. 제 소리를 잘 들어주시고 제가 표현하려고 하는 내면의 소리까지 끌어주셔서 너무 행복했다"며 "그 분의 아이디어와 제 아이디어가 상충됐다면 어려웠을 텐데 잘 맞아서 다행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녹음실이 사실은 창고를 개조한 곳이라며 "피아노를 옮기면서 가장 음향이 좋은 위치를 찾고, 마이크를 설치해 사운드체크를 여러 번 했다. 제가 듣기에도 음향이 좋아야 하고, 마이크로 넘어가서도 좋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매우 만족스럽게 녹음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최희연은 2002년부터 4년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선보인 후 줄곧 베토벤 연구에 몰두해왔다. 어렸을 때부터 베토벤을 좋아했다는 최희연이 '베토벤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베토벤 음악을 아주 단순하게 분석하면 5도와 1도가 굉장히 많이 반복된다. 이는 가장 팽팽한 긴장관계에 있으면서 사람을 고양시켜준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게 원인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어렸을 때는 베토벤 음악이 그냥 시원하고 좋았다"며 "베토벤 음악이 필수과목이고 어떻게 해도 만족스럽지 않아 참 힘들었다. 갈등이 많은 음악이지만 그 안에서 해결이 된다. 그래서 연주하는 저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빌헬름 캠프'와 '빌헬름 박하우스' 두 피아니스트를 꼽으며 "두 분의 음악을 항상 같이 듣는다. 캠프의 연주는 박하우스의 연주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키같고, 박하우스의 연주는 캠프의 연주에 대한 오해가 사라지는 것 같다"고 추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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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연은 앨범 발매를 기념해 오는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독주회도 개최한다. 앨범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베토벤의 대표곡 중 하나인 8번 '비창'도 연주할 예정이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