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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파문①] 체육계부터 다시 ‘미투’ 불붙나

기사등록 : 2019-01-0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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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2014년부터 선수촌 등에서 성폭행 당해"
위계 엄격한 체육계..다른 피해자들 '미투' 이어지나

[편집자주]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만 17세인 2014년 이후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폭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성적지상주의에 함몰돼 어린시절부터 '금메달'을 위해 감독과 코치로부터 주종관계가 당연시되는 한국엘리트체육의 단면을 드러낸다는 한탄도 나옵니다. 터질 것이 터졌다는 체육계와 사회 각계의 분위기 등 한국엘리트체육의 한계를 긴급진단해 봅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체육계에 다시 한 번 ‘미투’가 불붙을지 주목된다. 심 선수가 국내 엘리트 체육 환경상 성폭행 피해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밝히면서 이와 유사한 피해 선수들이 많을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심 선수는 지난해 12월 17일 조 전 코치에 대한 성폭행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고소장에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 여름부터 태릉선수촌과 진천선수촌, 한체대 빙상장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조 전 코치에게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심 선수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막 2달여 전인 비교적 최근까지 성폭행이 이뤄졌으며, 국제대회 전후 기간에도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체육계에 심 선수와 유사한 피해자들이 정부의 실태조사에서 추가로 밝혀지거나 일명 미투형태의 폭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새누리당 곽상도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체육선수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5년 동안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인권센터’에 접수된 성폭력 신고 상담은 모두 184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한 여자 유도 명문인 학교에서는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선수의 폭로(2018년 11월 5일 [단독]유도선수 미투.."코치가 수년간 성폭행")가 나오기도 했다.

A(23)선수는 자신의 SNS 계정에 “전지훈련 당시 코치는 내게 자신의 방을 청소하러 오라고 했고 그는 돌연 불을 끄고 문을 잠그더니 자신의 침대로 올라오도록 했다”며 “그가 무서워 침대 위로 올라갔고 그는 나의 입을 막고 자신의 욕구를 끝까지 채우고서야 힘을 풀었다”고 주장했다.

또 “코치는 이 일에 대해 어디 가서 말하지 말라며 말하게 되면 너의 유도선수 인생은 끝이 난다고 협박했다”며 “성폭행 이후에도 성관계는 수차례 있었고 그때마다 그는 나에게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지 말라면서 말하는 순간 너랑 나는 한국을 떠야 한다는 둥, 한강을 가야 한다는 둥 협박했다”고 말했다.

특히 “2011년도 탐라기(현 제주컵) 당시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그는 내게 생리를 했느냐 묻고는 임신테스트기를 주고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까지 시켰다”고 밝혔다.

피해 선수들은 공통적으로 △코치-선수 간 엄격한 위계질서 △체육계의 폐쇄성 △운동선수로서의 생명 등을 이유로 피해를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은다. 수년간 위계에 억눌리고 선수로서의 성공에 입김이 강한 코치에게 저항할 수 없는 일종의 ‘그루밍 성범죄’를 당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특성이 빙상계뿐만 아니라 국내 엘리트 체육 전반에서 나타나는 만큼 심석희발 체육계 미투가 번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국가대표라는 타이틀과 기록을 위해 선수들이 어린 시절부터 인권침해나 폭행, 성폭행을 당하는 게 국내 시스템”이라며 “이런 시스템에서 훈련을 지도하는 감독이나 코치는 갑이 되다 보니 어린 선수 입장에서는 성폭력 등 인권침해를 당해도 저항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imb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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