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핌] 백진엽 기자 = IT업계의 독불장군으로 불리던 애플이 최근 협력의 문호를 적극 개방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부문의 라이벌인 삼성전자, LG전자와 협력,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협력해 스마트 TV에 아이튠즈 무비 & TV쇼와 에어플레이2(AirPlay 2)를 동시 탑재한다. [사진=삼성전자]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인 'CES 2019'의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7일(현지시간) 업계에 깜짝 놀랄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연이어 애플과의 협업을 발표한 것. 관련 업계에서 대표적으로 폐쇄적인 기업인 애플이 다른 기업도 아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손을 잡은 것이라 업계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6일 애플과 협력해 업계 최초로 스마트 TV에 아이튠즈 무비 & TV쇼(iTunes Movies & TV Shows, 이하 아이튠즈)와 에어플레이2(AirPlay 2)를 동시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LG전자도 7일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애플과의 협업을 깜짝 공개했다. 역시 애플의 무선 스트리밍 서비스 '에어플레이2' 등과 연동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 TV(또는 인공지능 TV)에서 애플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애플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보유한 콘텐츠를 미디어 부문 킬러 디바이스인 TV로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업이 애플의 구애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애플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생존을 위한 애플의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등을 통해 자신들의 콘텐츠를 제공해 왔고, 수년전까지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애플의 상황은 이런 정책을 고수하기 버거운 지경에 이르렀다.

우선 아이폰 판매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정체와 맞물려 부진하다. 특히 중국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애플은 중화권 및 성장국 수요 둔화를 이유로 2019년 회계연도 1분기(한국 기준 작년 4분기) 매출 전망를 당초 전망치보다 5~9% 낮춘 수준으로 조정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부진과는 달리 콘텐츠 서비스 부문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제한된 디바이스내에서, 심지어 해당 디바이스의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라면 서비스 부문의 실적도 언제까지 자신하기는 어려워졌다. 게다가 미디어 콘텐츠의 경우 성장세는 보이고 있지만 부동의 1위인 유튜브와의 격차가 크다..

이에 애플이 던진 승부수가 협업에 따른 콘텐츠 영역 확대인 것이다. 이에 미디어 콘텐츠의 영향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 디바이스, 다시 말해 TV와의 협업을 추진한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분석했다.

이같은 협업에 대해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사장)은 "다들 본인들이 노리는 것이 있고, 이를 이루기 위해 협업을 택하는 것"이라며 "가령 LG전자 입장에서 보면 TV의 콘텐츠 확대라는 전략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뒤집어 보면 애플은 TV 사업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본인들의 콘텐츠 서비스를 각 가정의 안방과 거실로도 확대시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이같은 움직임이 애플의 최근 상황 변화와 IT업계의 흐름 등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즉 감소하는 아이폰 판매, 성장하는 콘텐츠 사업 등을 감안할 때 더이상 아이폰 만으로 애플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은 수익에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최근 시장 상황은 적과 아군 구분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합종연횡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어떤 기업도 완벽하게 모두 다 잘하지는 못한다"며 "과거처럼 폐쇄적으로 나혼자 하겠다는 방식은 더이상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 등에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한 후 에디 큐 애플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총괄 부사장은 "전 세계의 삼성 스마트 TV 사용자에게 아이튠즈와 에어플레이2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사용자들은 댁 내의 대형 스크린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