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이학준 기자 = 자동차 배출가스 인증절차를 위반해가며 승용차 2만9000여대를 수입한 혐의로 기소된 BMW코리아에 대해 법원이 벌금 145억원을 선고하고, 임직원을 법정구속하는 등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들 수입사가 고급 수입차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적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한 만큼, 향후 유사 범죄가 있을 경우를 대비, 재판부가 처벌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BMW 로고 [사진=블룸버그] |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현덕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관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BMW코리아를 비롯해 BMW 전·현직 임직원 6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어 BMW코리아에 벌금 145억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이 사건 범행을 통해 발생한 이득이 모두 피고인에게 귀속됐고, 귀속 규모도 적지 않은 점, 법령 준수에 대한 직원의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점 등을 양형요소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으로 대기환경개선을 위한 행정당국의 업무를 침해하고, BMW에 대한 대한민국 소비자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인증 업무 담당 직원 이모 씨와 박모 씨는 징역 10개월을, 엄모 씨는 징역 6개월을 각각 선고 받고 구속됐다. 또 BMW 직원 심모 씨는 징역 4개월을, 이모 씨와 강모 씨는 징역 6개월을, 각각 선고 받았으나, 1년 동안 형 집행이 유예됐다.
김 판사는 BMW코리아 임직원에 대해 “인증 업무 전문 담당 직원임에도 업무 편의 등을 위해 이러한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내용 자체로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용인되기 힘들다”고 판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BMW코리아와 이들 6명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배출가스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국립환경과학원에 인증받은 후 승용차 2만9000여대를 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상습적으로 국가를 상대로 기만해 죄질이 무겁다”며 BMW코리아에 벌금 301억4000여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BMW코리아와 함께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기소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1심에서 벌금 28억원을 선고받았다. 인증 담당 직원 김모씨는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아 구속됐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사진=벤츠코리아] |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성은 판사는 지난해 12월 벤츠코리아의 관세법 위반 등 혐의 선고 공판을 열어 이 같이 선고했다.
특히, 벌금 28억원은 검찰 구형대로 선고한 만큼, 인증 절차에 대한 위법을 무겁게 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향후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관세청 등 관련 당국은 BMW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 대한 인증 등 규정을 보다 까다롭게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가 불법을 일삼는 동안 감독 기관이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조작된 배출가스 시험성적서 등을 확인하지 못한 채 인증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됐다.
인증 뿐만 아니라,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산차·수입차 할 것 없이, 자동차 리콜 등 소비자 피해와 사고 등에서도 정부가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 중론이다.
이 판사는 “수입 판매한 차량에 대한 대한민국 소비자들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 행위이며 안전과 쾌적한 환경을 배척한 행위로서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질책했다.
앞서 검찰은 2016년 환경부 고발로 수사에 착수해 벤츠코리아가 가스 배출량 확인을 위한 환경부 변경 인증 절차를 마치기 전, 차량 6894대를 국내 판매한 것으로 보고 법인과 변경인증 담당 직원 김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고급 수입차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저버린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보다 높은 도덕성과 책임이 요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국토교통부와 민관합동조사단은 최근 BMW 차량 화재의 원인을 차랑 결함 은폐·축소 및 늑장리콜로 결론을 내리면서, BMW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 술 더 떠 ‘디젤게이트’ 배출가스 조작과 함께 관세법 위반으로도 기소된 요하네스 타머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사장은 독일로 출국, 해외 도피 의혹을 받아왔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