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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준형 "한국 스포츠계, 당해도 말 못하는 구조..외국과 달라"

기사등록 : 2019-01-1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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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과 학생 수직관계, 성폭력 가능한 구조적 요인"
"2014년 소치올림픽 전 성문제 일으킨 코치도 돌아와"

[서울=뉴스핌] 윤혜원 기자 = "한국 스포츠계의 가장 큰 문제는 선생과 학생간 수직관계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한국체대) 선수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건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가 철저한 조사와 처벌,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를 지낸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맹 대표는 한국 스포츠계 특유의 잘못된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문화연대 임정희 공동대표, 체육시민연대 허현미 공동대표 등 체육계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재발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19.01.10 mironj19@newspim.com

문화연대와 젊은빙상인연대, 체육시민연대, 체조협회임원 김OO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등 18개 시민사회단체는 1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체육계에 만연한 성폭력을 규탄했다. 여준형 대표는 “체육계에 더 이상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에 뿌리뽑아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단호한 처벌, 구조적 문제 해결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맹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젊은빙상인연대는 지난 9일 심석희 선수의 폭로와 관련해 “피해 선수가 2명 더 있다”고 밝히고 오는 14일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한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나.

▲제일 중요한 건 선수들이 피해를 안 받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현역이고 어린 여자 선수들이어서, 선수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최소한의 노출을 했으면 하는 게 부모와 선수들 생각이다. 저희는 심석희 선수의 폭로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 (기자회견을)준비했었다. 심 선수는 유명하지만 저희는 일반 선수들을 조사했다. 심 선수 사건이 나오고 나서 (국민들이)관심을 가져주시니, 약간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어떻게 접근하고, 언론에 노출할 지, 어느 선까지 할지 논의해야 한다.

- 지도자와 제자 사이의 폭력, 나아가 성폭력이 가능한 구조적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스포츠계의 선생과 학생간 수직관계가 가장 큰 원인이다. 저도 외국에서 코치생활을 했지만, 지도자와 선수간 친구같은 관계가 일상화돼 있다. 한국은 아니다. 특히 심석희 선수는 권력구조가 한 명에 의해 좌우됐다. ‘그 분’ 밑에 계셨던 분들이 빙상계에서 끼치는 권력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학부모들이나 선수들이 맞서 싸우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점점 (피해 사례가)수면 아래로 내려가고, 피해를 받아도 애길 못하는 구조가 돼 있었다. 그래서 일이 더 커진 것 같다. 아시다시피 2014년 소치올림픽 이전에도, 대표팀 코치 중 하나가 성문제로 나간 적이 있지만, 결국 다시 돌아왔다. 

- 젊은빙상인연대는 지난 9일 성명에서 “제2의 김종”이란 표현을 썼다. 빙상 절대 권력자라고 얘기했던 인물을 지칭하는 것인가. 또 빙상인 입장에서 빙상계에서 내놓은 대책에 대해 현장에선 어떻게 느끼는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에 나오듯, 권력이 한 분한테 집중돼 있다. 그게 가장 큰 문제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똑같은 문제가 반복된다고 봤다. 아직도 그 분이 영향력을 미친다고 저흰 생각한다. 다른 선수와 학부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그 분이 다시 돌아오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빙상연맹이 내놓은 대책을 보면 선수를 위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선수에게 징계를 주기 바빴다. 연맹 임원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대로 직책을 유지하는 걸 봐선, 연맹이 일을 잘하는지 회의감이 든다. 2017년 불법도박 사건 때 선수에게 징계만 주고 재발방지 대책은 없었다. 당시에도 ('제2의 김종'이라고 칭해지는 인물의) 모교 선수들은 징계를 약하게 주고, 모교 선수가 아니면 징계를 세게 준다는 느낌이었다. 한 명이 권력을 잡으면 저렇게 놔두나, 생각했다.

- 국가대표 선수, 지도자 생활 모두 했는데 당시 직접 보고 들은 폭력 실태는.

▲빙상계의 폭행, 폭력은 다른 종목보다 없다고 느낀다. 심석희 선수가 특이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대표팀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타는 선수들을 모아놨다. 대표팀에서 폭력을 행사하다니 상상이 안 된다. 심 선수의 경우는 워낙 어렸을 때부터 배웠던 코치라서 자연스레 이뤄졌던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좀 전에 얘기했듯, ‘그 분’(젊은빙상인연대가 “제2의 김종”이라 칭했던 인물)이 본인 모교의 선수가 메달 따는 게 목표여서 코치가 선수에게 압력을 준다는 증언이 많았다. 그래서 폭력도 빈번했던 것 같다. 아직 한국 체육계에 폭력은 남아 있는데, 이 계기로 아예 없어져야 한다.

hwyo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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