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승차공유서비스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기사가 지난 밤 또 다시 분신, 결국 세상을 떠났다. 3개월 차에 접어든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은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상황에서 또 다시 비보가 전해지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카풀 반대를 이유로 택시기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작년 12월10일 국회 앞에서 분신해 숨진 최 씨에 이어 두 번째다. 택시기사 임 모씨는 지난 9일 광화문 인근 도로에서 분신을 시도해 치료를 받던 중 이튿날 끝내 사망했다.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위원회 회장이 10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분신한 택시기사 임씨의 유서를 읽고있다. [사진=조재완 기자] 2019.1.10 chojw@newspim.com |
택시-카풀 TF는 지난해 11월 택시업계와 카풀업계 간 갈등 중재를 목표로 출범했다. 그러나 출범 3개월 차에 접어들도록 양 업계를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히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비대위가 이날 공개한 유서에서 임씨는 “불법 카풀을 근절해야 한다”며 카카오모빌리티가 “처음엔 택시업계와 상생하자더니 이젠 도산시키려 한다”며 분신 이유를 밝혔다.
민주당 TF 측은 참담한 소식에 입을 굳게 다문 상태다.
전현희 TF 위원장 측 관계자는 “전 위원장이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태”라며 “(임 씨의) 빈소를 언제 방문할 수 있을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정도”라고 말했다.
민주당 TF는 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와 카카오모빌리티, 택시업계가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기구 출범을 시도했으나 택시업계 측 불참으로 무산됐다.
대신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3개단체는 이달 8일 민주평화당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택시 단체가 민주당 TF를 어떻게 인식하는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택시업계는 카풀 도입을 전제한 대화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토론회 자체가 ‘카풀 허용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것이다.
4개 택시단체 대표 등 택시업계 관계자들이 10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후 청와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조재완 기자] 2019.1.10 chojw@newspim.com |
이같이 공론장 기구가 출범조차 못 하는 사이 또 다시 분신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민주당 TF와 택시단체와의 거리는 더욱 멀어진 모양새다.
민주당의 김병관 택시·카풀 TF 위원은 이날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고에 대해 논평하기 조심스럽다면서, “TF는 일관된 입장으로 도와주려 하는데 이런 노력을 (택시업계가) 잘 알아주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 위원은 TF가 제자리 걸음인데 대해 “대화는 계속해왔으나 결론을 내려면 같이 내야 한다”며 “당은 대타협기구에서 같이 논의를 하자는 입장인데 택시 업계가 빠진 상황에서 그 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TF가 나서기가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택시단체 관계자는 TF 역할에 아쉬움을 표하며 “업계 갈등에 휘말리기만 하고 (TF가) 문제해결에서 속도를 전혀 못 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고로 택시업계는 더 물러설 수 없게 됐으며 TF 차원으론 해결이 안 될 게 불 보듯 뻔해 이제 청와대가 적극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업계 관계자들은 청와대 측에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할 예정이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