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가운데,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일대는 양 전 대법원장 향한 엇갈린 목소리가 뒤섞여 혼란을 겼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이날 오전 9시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집회를 열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19.01.11 |
법원노조는 양 전 대법원장 도착 2시간 전부터 대법원 정문에 자리를 잡고 ‘양승태는 사죄하라’, ‘피의자 양승태는 검찰 포토라인에 서라’, ‘양승태 구속’ 등 피켓을 들고 있었다.
조석제 법원노조 본부장은 “대법원장 자격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데도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것은 자신이 심어놓은 법관들을 결집시켜 전관예우를 바라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60여명의 법원노조원들은 양 전 대법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법원을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말라’ 등 일제히 구호를 외치며 양 전 대법원장의 목소리가 기자에 전달되지 않도록 소리쳤다.
검찰 조사가 예정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중당 등이 연대한 ‘양승태 사법 농단 공동대응 시국회의’는 이날 오전 8시 서울중앙지검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를 구속 처벌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입장에 맞춰 일제 강제징용 등 재판에 개입하고, 정책에 반대한 법관에게 불이익을 준 점이 확인됐다”며 “양 전 대법원장을 철저히 수사해 사법 농단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와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정문 앞 기자회견에 대해 “적폐 판사들이 똬리를 틀고 있는 사법부에 동정 여론 조성을 위한 얄팍한 꼼수”라며 “사법 농단으로 국정을 어지럽힌 총 책임자로서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법원노조 등이 11일 이른 아침부터 서초동 대법원 주변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2019. 1. 11 adelante@newspim.com |
반면, 일부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해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애국문화협회와 자유연대 등은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에서 검찰 수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양승태 대법원장님 힘내세요’ 등 손피켓을 들고 “합리적 범위 내에서 과거사를 정립하고 국가 경제발전을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둔 판결이 사법농단인가”라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서초동 법조타운 일대에 경찰 1500여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상반된 성향을 가진 일부 시민들이 가벼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지만 폭력사태로 이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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