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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공습] 20% 줄인다던 서울시 약속 어디로

기사등록 : 2019-01-1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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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초미세먼지 20% 감소 공약 '사령관' 자처
5년간 수치 그대로..."못 참겠다" 시민 불만 폭발
대중교통 무료운행 등 그간 실패한 정책 도마 위
"7년간 뭘 했는지...미세먼지 해결없이 대권없어"

[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수도권 전역을 연일 강타하면서 정부에 대한 국민 원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의 과거 공약도 도마에 올랐다. 박 시장은 한때 “임기 4년 안에 25㎍/㎥이었던 서울시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를 20㎍/㎥까지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되레 상황이 나빠졌다는 비판이 적잖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트위터 캡처]

박 시장이 이런 약속을 한 것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다.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했던 그는 선거를 앞두고 서울 내 초미세먼지(PM-2.5)를 4년간 20% 이상 감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당시에도 5㎍/㎥를 줄이는 것이 과연 시민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미세먼지 '사령관'을 자처하면서 “시민의 생명권을 지키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20%’란 숫자는 1000만 시민의 건강을 보호하겠다는 하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후 미세먼지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악화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당장 구체적인 수치를 봐도 미세먼지 문제가 나아졌다는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15일 서울시 대기환경정보에 따르면 박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 2014년은 초미세먼지 24㎍/㎥(1㎍=100만분의 1g)를 기록했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23㎍/㎥로 조금 개선된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2016년엔 다시 26㎍/㎥, 2017년에는 25㎍/㎥로 솟았다. 지난해에는 23㎍/㎥로 집계됐다. 결국 약간의 오름폭과 내림폭은 있어도 전체적인 상태는 제자리걸음이었던 셈이다.

급기야 새해 들어서는 전에 없던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날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3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수도권에 사흘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것은 제도 시행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기후실태는 이보다 더 나쁘다. 조여진(28)씨는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집에서 마스크를 쓰고 나왔는데도 눈이 따갑고 괴롭다”며 “작년보다 더 심해진 느낌이다”고 토로했다. 박예슬(30)씨는 "정부나 서울시 차원에서 시도나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며 "근본적으로 시간을 들여 연구하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세먼지에 대한 하소연이 매일같이 빗발치고 있다. 수도권 대기상황이 가장 심각했던 14일에는 대책을 촉구하는 청원글이 100여개가 넘게 올라왔다. 여론은 대부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수도권에 사흘 연속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내려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현재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165㎍/m로 매우나쁨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19.01.15 leehs@newspim.com

결국 비난의 화살은 수년간 미세먼지 직격탄을 맞아온 서울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박 시장이 지난 7년 동안 정권이 두 차례 바뀌고 환경부 장관 이름이 여러번 바뀌는 와중에도 줄곧 시장직을 수행해왔다는 측면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미세먼지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었다”며 “서울시는 인구도 많고 수도라는 점에서 반드시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3선인 박원순 시장은 시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집중 연구해 지금쯤 성과를 내야했다”면서 “그러나 7년 동안 과연 뭘 했는지 의문”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또한 “말만 해놓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속수무책이면 누가 다음 공약을 신뢰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어설픈 대책들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과거 서울시의 미세먼지 정책들이 '헛발질'의 연속이었다는 지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초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대중교통 무료 이용이다. 지난해 1월 박 시장은 미세먼지가 심할 때 대중교통 이용요금을 면제하는 정책을 단행했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

당초 시는 통계 분석을 통해 한해 6∼7회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될 것으로 예상하고 예산 300억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그해 1월에만 비상저감조치가 3번 발령되면서 당혹스러운 상황이 연출됐고, 곧바로 예산 낭비 논란이 불거졌다. 정작 서울 내 도로교통 감소량도 2%대에 그쳐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짙어졌다. 세 번째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근시안적'인 정책을 밀어붙였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결국 논란 끝에 150억원가량 예산을 들인 정책은 한 달 만에 폐지됐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한 때 추진했던 자동차 강제 2부제도 당시 여론이 안 좋고 환경부까지 난색을 표하자 행정·공공기관 차량 대상으로 한 발 물러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는 환경부 기준 전국(강원영동‧제주 제외) ‘매우 나쁨’, 강원영동‧제주 ‘나쁨’이며, WHO 기준은 전국 ‘매우 나쁨’을 보이고 있다.2019.01.14 leehs@newspim.com

미세먼지 원인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해 11월 고농도 초미세먼지의 원인 상당 부분이 국내에서 비롯됐다고 발표했다. 앞서 같은해 1월과 3월에도 비슷한 연구결과를 내놨다가 중국발 요인이 크다는 국민 인식과 상충되면서 논란을 빚었다. 박 시장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 미세먼지 50∼60%가 중국 영향”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서울시는 올해에도 미세먼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자동차 공회전 단속, 차량 2부제, 노후차량 단속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저마다 실효성 여부, 민간의 저항, 차량 기준 등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교수는 시민이 체감할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그는 “박 시장은 지금 대권이 문제가 아니고 당장 서울시민들이 갖고 있는 불만, 비난에 대해서 귀담아 들어야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시민들 시각에서는 공약을 지키지 못해놓고 또 거짓말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beo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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