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주식시장 '큰손' 연기금이 저점매수에 나서고 있다.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판단에 대형주 위주로 반도체, 자동차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담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 연기금은 코스피시장에서 4836억원(전날 기준) 순매수를 기록중이다. 지난 4일 이후 8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에서도 연기금은 전날까지 273억원어치 주식을 샀다.
연기금은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공제회 기금 등을 직접 운용 투자하는 기관 투자자다.
연초 2000선이 무너졌던 코스피도 연기금과 외국인 '사자'에 힘입어 상승세다. 전날 2090선을 회복한 코스피는 현재 2100선 안착을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도 코스피에서 1조316억원어치 주식을 담으며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연기금은 증시가 바닥권까지 떨어졌다는 판단에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는 지난 4일 애플의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장중 1984선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같은 날 코스피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5배로 집계됐다. PBR이 1배 이하면 주가가 기업이 보유한 재산보다도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2008년 금융위기 때 PBR 저점은 0.81배다.
문다솔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은 증시 바닥을 확인하고 주식시장에 다시 들어오려 했다"며 "1월 초 코스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금융위기 수준까지 내려간 부분이 연기금을 움직인 것 같다"고 했다.
1월 연기금이 가장 많이 담은 주식은 KODEX 200(1159억원)이다. 코스피 대표 200개 종목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상장지수펀드(ETF)다.
반도체와 자동차 관련주도 연기금 순매수 상위 종목을 차지했다. 연기금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837억원, 751억원 순매수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도 각각 732억원, 266억원 가량 담았다.
문 연구원은 "연기금이 주로 사는 종목은 그동안 많이 비웠던 반도체, 자동차 관련 저평가주"라며 "그중에서도 대형주 위주로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순매도 상위 종목은 주로 배당 ETF와 은행주다. 연기금은 1월에만 ARIRANG 고배당주를 815억원 가량 팔았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도 각각 210억원 순매도했다. MLCC 물량 감소 우려가 불거진 삼성전기도 587억원 어치 팔았다.
중장기 수급 주체인 연기금의 매수로 증시 하방 지지력이 다져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펀드매니저들은 국민연금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CIO는 "안효준 기금운용본부장 부임 후 조직이 안정된 국민연금이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국면을 바라만 보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주식시장이 저평가됐다는 판단에 국민연금이 자금을 집행하면 투자심리가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ro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