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국당 연찬회, 시작은 '대정부투쟁'...마지막은 '비대위 성토대회'

[과천=뉴스핌] 김승현 기자 = 자유한국당이 16일 2019년 국회의원 연찬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 경제 및 외교 안보 정책에 대해 집중 비판하며 대정부투쟁 전열을 가다듬었다.

다만 김무성·김성태 의원 등 이른바 비박·복당파 의원들이 대거 불참하며 ‘반쪽짜리’ 연찬회가 됐다. 이를 의식한 듯 나경원 원내대표는 ‘친박·비박을 지웠더니 ‘친황’(친황교안계) 이야기가 나온다‘며 새로운 계파 형성 움직임에 사전 제동을 걸었다.

‘과거를 넘어 미래를 만들자’는 슬로건으로 열린 연찬회는 비공개로 진행된 마지막 종합토론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성토대회로 돌변했다. 당협위원장 물갈이 과정에서의 현역의원 대거 배제와 공개 오디션 등을 두고 일부 의원들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16일 열린 한국당 의원 연찬회에서 마지막 공개 발언을 마친 후 굳은 얼굴로 서 있다. <사진=김승현 기자>

이날 경기 과천 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연찬회는 당 지도부의 모두 발언 및 당무보고와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박철희 서울대 교수,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의 특강 이후 종합토론으로 진행됐다.

나 원내대표는 “오늘 아침 들어오는데 ‘친황’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 친박 비박을 넘었더니 이제는 친황이 등장했다”며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미래로 가려면 계파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당헌당규에 따라 후보자 캠프에 현역 의원들이 직접 들어갈 수 없는 것 아시지 않느냐"면서 "이에 따르지 않으면 앞으로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윤리위에 회부하겠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보다 당헌당규를 잘 지켜주십사 부탁 말씀을 드린다"고 에둘러 경고했다.

그러나 이날 연찬회에는 작년 여름 연찬회와 달리 112명의 의원 중 80여명만이 참석했다. 특히 김무성, 김성태, 김용태, 김영우, 이은재 의원 등 이른바 비박·복당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대거 불참해 관심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입당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그간 논란이 됐던 단일지도체제 유지 및 당협위원장 선발과 관련해 언급했다. 그는 “최근 당에 여러 분들에게 아픔 주는 결정들이 몇 차례 있었다. 본의 아니게 상처와 아픔을 드린데 대해 깊이 유감의 뜻을 표한다”면서도 “결국 오늘 이야기하는 것처럼 미래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신세돈 교수는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결과'에 대해, 박철희 교수는 ‘한일갈등과 강대국 관계 속의 한국 외교의 좌표’에 대해, 윤덕민 전 원장은 ‘기로에 선 한미동맹 :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주제 발표를 했다.

[과천=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 의원들이 16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19.01.16 kilroy023@newspim.com

조용히 진행되던 연찬회는 비공개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 성토대회로 변했다. 김기선, 심재철, 김태흠, 조경태 등 일부 재선 및 중진 의원들은 당협위원장 물갈이 과정에서 현역의원을 대거 탈락시키고 공개 오디션 방식을 도입한 비대위를 향해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던졌다.

김기선 의원은 공천심사 규정 및 조강특위 활동 등에 정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며 기록을 남길 것을 주장했다. 심재철 의원은 공개 오디션 등을 통해 선발된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지겠냐는 점을, 김태흠 의원은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지역 기반을 닦기 어렵고, 특히 젊은 신인들은 외국과 달리 ‘정치 트레이닝’이 덜 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토대회 같았던 종합토론 후 마무리 발언을 하러 연단에 오른 김 위원장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조강특위 외부 위원 심사 결과를) 왜 공개하지 않느냐면 나중에 인선 과정에 압박이 되고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조강위원들은 다 알고 있고,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김기선 의원이 좋은 말을 해줬다. 공천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만들라 했고 만들었지만 비대위 권한이 맞느냐 아니냐를 두고 진전을 못하고 있다. 어떤 형식으로든 당에 그 기준을 두고 가겠다”며 심재철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지역을 모를 수 있고 선거에 질 수도 있지만, 젊은 사람이 당에 들어왔다는 사실, 그가 아쉽게 패배하더라도 그것은 전국적 효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고 해명했다.

나 원내대표도 “마지막 당내 문제에 대해 의원들의 지적을 경청했다. 심 의원이 지적한 20대 들어와 벌써 당협위원장을 3번 교체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깝고 큰 혼란이 있을거라 생각한다”며 “조강특위가 소신을 가지고 결정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나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현재 의원들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공천 배제에 납득치 못한 의원이 있을 것”이라며 “원내대표 임기를 마칠 때까지 정확하게 자료를 수집할 것이며 다음 공천서 반영되도록 하겠다. 의원 전원 시트지 만들어 모든 소위에 이르기까지 모든 회의 참석율, 끝까지 재석 여부 등을 기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연찬회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강특위 활동에 이런 저런 문제점들을 지적해서 이야기했다. 조강위원장은 욕먹는거지 뭐”라며 “어떤 인사든 인사 후 (잡음은) 당연히 있는데 이번에는 비교적 적은 게 아니냐”고 반문하며 수습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