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한이헌 전 국회의원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의 일방적인 '연봉삭감' 통보를 이유로 17일 저축은행중앙회장 후보에서 돌연 사퇴했다.
한 전 의원은 이날 뉴스핌에 보낸 입장에서 "인터뷰 도중 회추위원으로부터 '내부 방침'이라며 회장 연봉을 삭감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면접시간에 세 후보자 모두에게 연봉삭감 통보를 했다고 하니 이번 인터뷰의 목적이 자질과 역량 검정에 있지 않았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러한 행동은 후보자들이 연봉만 즐기려는 무능한 자들이라고 보는 시각에서 나온 것으로 심각한 모욕 행위"라며 "저축은행을 위해 일하겠다고 열심히 선거운동을 해왔지만, 이번에 받은 마음의 상처로 인해 고심 끝에 후보를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장 연봉은 성과급을 포함해 최대 5억원이다. 임기 3년을 모두 채우면 15억원 가량 받을 수 있다.
저축은행 업계가 시장 규모, 영향력 등에서 다른 금융권에 열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봉은 결코 적지 않은 수준. 지난해 정태옥 의원실의 발표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장 연봉은 성과급을 포함해 7억원, 금융투자협회장 6억원, 여신금융협회장 4억원, 생명보험협회장 3억9000만원, 손해보험협회장 3억5300만원이었다.
저축은행중앙회장 연봉이 오른 것은 16대 회장 선거 때다. 당시 두 차례 공모에도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아, 세 번째 공모에서 최규연 회장이 단독 입후보해 회장이 됐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전 연봉은 3억5000만원이었다"며 "저축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으로 고위 경제관료 출신을 영입하는데 애를 먹자 5억원으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18대 회장 선거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역대 최다인 7명의 후보가 지원하면서 후보자 간 경쟁이 과열된 거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회추위원들이 선거가 전과 달리 과열되자 회장의 연봉삭감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외에도 중앙회 직원들 연봉을 비롯해 전체 예산을 낮출 것을 요구했다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노조에서도 의혹을 제기한 부분이다. 저축은행중앙회 노조는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일부 회원사 대표가 회장 후보자에게 임직원들의 연봉을 삭감하고, 회장의 고유 권한인 중앙회의 인사 등에도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각서를 요구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회추위원으로 참여한 저축은행 대표 중 한 명이라는 설명이다.
노조는 회추위원의 중앙회 내 직책 사퇴 및 선거 재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강행되면, 오는 21일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 선출을 위해 회원사 총회가 열리는 장소를 점거한다는 방침이다.
저축은행중앙회 노조위원장은 "한 전 의원의 사퇴하면서 회원사 대표 갑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 중앙회장 자리를 두고 거래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중앙회장 자리를 거래로 전락시킨 회추위원은 전원 사퇴해야 한다"며 "이미 선거는 공정성을 잃어 선거 절차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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