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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트럼프‧김영철, 2차 북미정상회담 세부사항 합의 못 한듯”

기사등록 : 2019-01-2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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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최선희 각각 트럼프-실무팀에 다른 얘기 전달”
“北 ‘핵군축’ 원해…美도 ICBM 제거-제재 해제에 동의”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워싱턴에서 만나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전격 합의한 것과 관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한다는 큰 선에선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합의를 못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20일 자신의 블로그인 ‘태영호의 남북동행포럼’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은 김영철을 통해선 트럼프에게 비핵화의 진정성을 전달하면서 최선희를 통해 실무급 협상에선 ‘단계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하자’며 ‘살라미방식’을 제안토록 하면서 결국 핵군축협상으로 가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사진=태영호 전 공사 블로그]

태 전 공사는 이날 글에서 “북한으로선 김영철과 최선희를 다 미국으로 보내 한 번에 타결하면 좋을 것이지만 김영철은 미국으로, 최선희는 스웨덴으로 갈라 보냈다”며 “이는 트럼프의 독단과 충동적인 성격에 의거해 북한의 ‘핵굳히기’를 한 걸음씩 진전시키는 김정은식 ‘톱다운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김정은은 지난 싱가포르회담(6.12 북미정상회담) 때 트럼프가 성 김(주 필리핀 미국대사)을 판문점에 보내 최선희를 만나게 하니 최선희가 (6.12 회담 때와) 전혀 다른 소리를 하게 했다”며 “이번에도 비건은 스웨덴에서 최선희를 만나 전혀 다른 이야기(핵군축협상)를 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또 “김정은은 이번에도 김영철을 통해 트럼프에게 비핵화의 진정성을 전달하면서 ‘2차 정상회담을 하자’고 귀맛 좋은 소리를 했을 것이고 기분 좋은 소리를 들은 트럼프는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와 비건에게 2차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라고 지시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비건은 스웨덴으로 가 최선희로부터 김영철의 말과는 달리 ‘단계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한다’는 종전의 ‘살라미방식’, 즉 ‘핵군축협상제안’을 다시 듣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 전 공사는 그러면서 “비건은 필경 스웨덴회담을 통해 ‘북한의 입장이 (종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겠지만 트럼프에게 ‘2차 정상회담을 하면 안 된다’고 건의하기 힘들 것”이라며 “6.12 미북정상회담 때도 그러했는데, 이는 북한이 북핵 협상에서 무슨 결과물이라도 만들어 국내 정치상황의 코너에서 빠져 나오고 싶어 하는 트럼프의 내심을 정 조준한 전술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이러한 살라미 전술을 통해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라는 원하는 바를 얻어내고 북한의 비핵화는 요원해질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문제는 북한이 등가물로 내놓을 살라미들은 북한으로서는 별로 소중하지 않은 것인데 대신 트럼프로부터 받아내려는 살라미의 매 슬라이스는 북한에는 절실한 것들이라는 점”이라며 “폼페이오는 이미 ‘향후 미북정상회담의 목표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위협 제거’라고 했는데 이는 북한이 일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만 없애주면 대북제재를 풀어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결국 김정은이나 트럼프는 다 같이 ‘살라미방식’으로 갈 것이고, 이런 살라미방식 때문에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남고, 한국 국민들만 북핵 핵인질로 남는 결과가 나올 수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건데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댄 스커비노 주니어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한편 태 전 공사는 이날 글에서 ‘북한이 아직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자신이 없다’는 주장도 내놨다. ‘노동신문 등 북한 언론들이 김영철의 미국방문을 보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 주장의 근거다.

태 전 공사는 “북한에서는 당 부위원장이 해외에 나갈 때는 비공식 방문이 아닌 이상 무조건 보도해야 한다는 보도 규정이 있다”며 “그런데 북한 언론들이 김영철의 미국방문을 전혀 보도하지 않은 것은 북한 내에서 김영철의 미국방문을 비밀사항으로 붙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트럼프와 마주 앉겠다’고 선언했고 그 연속 공정으로 김영철이 미국에 가게 됐으니 선전용으로라도 보도할 수 있는데 보도하지 않았다”며 “이는 북한이 향후 미북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아직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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