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23일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모르쇠’ 전략을 또 다시 펼칠지 주목된다.
이에 검찰은 지난 7개월의 수사 기간 동안 확보한 증거들을 토대로 맞서며 날카로운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검찰 수사에 모르쇠로 일관한 최 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무더기 구속된 바 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19.01.11 |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명재권 영장전담부장판사 심리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심사를 진행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심사에서도 이전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혐의 대부분을 부인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두 차례에 거친 검찰 조사 동안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실 관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의혹에 대해서는 ‘실무 선에서 한 일’ 이라거나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이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데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빠져나가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검찰은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100여 명에 달하는 법관들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들의 진술과 각종 증거 자료들을 제시하며 양 전 대법원장 전략에 맞설 계획이다.
특히 검찰은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이규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업무수첩과 일제 강제징용 소송 개입 관련 법률사무소 김앤장 변호사 독대 문건, ‘법관 블랙리스트’ 관련 자필 표시 문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들 자료가 양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일차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증거, 이른바 ‘스모킹 건(Smoking gun)’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지난해 ‘사법농단 구속기소1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의 공모 관계에 수사력을 집중한 만큼, 치열한 법리공방이 불가피하다.
다만, 법원이 검찰의 주장에 손을 들어줄 지 미지수다. 법원이 최근 양 전 대법원장의 주요 혐의인 직권남용 죄를 좁은 범위에서 해석하고 있는 데다, 혐의 일부가 소명된다 할지라도 구속영장 발부에는 증거인멸 우려 등 까다로운 요건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개입 △통합진보당 소송 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및 법관 인사불이익 조치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 유출 △법원 공보관실 예산 유용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날 같은 시각, 서울중앙지법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62·12기) 전 대법관에 대한 두 번째 구속심사는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박 전 대법관은 고영한 전 대법관과 함께 임종헌 전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한 의혹을 받아왔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심사 당일 밤 늦게 또는 다음날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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