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시위로 인해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은 베네수엘라의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정권을 장악할 경우 장기간에 걸쳐 베네수엘라에 제공한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자금 상환이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퇴진 시위에 모인 대규모 인파. [사진=로이터 뉴스핌] |
양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해 지지 의사를 드러낸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개입에 비판의 날을 세운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최대 채권국이다. 25일(현지시각)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국이 차관 및 신용라인 형태로 베네수엘라에 제공한 자금은 55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자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자 중국은 만기를 연장하는 한편 베네수엘라로부터 원유를 저가에 공급받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유가 폭락으로 인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베네수엘라가 러시아에 진 빚도 상당한 규모다. 지난 2006년 이후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에 투입한 자금은 총 150억달러에 달했다.
지난 2017년 11월 만기가 연장된 차관이 30억달러를 웃돌았고, 이와 별도로 러시아의 국영 석유업체 로즈네프트가 베네수엘라 가스전 및 그 밖에 에너지 자산에 투자한 금액도 30억달러로 파악됐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두 채권국이 베네수엘라의 정국 혼란에 촉각을 세우는 것은 과이도 야당 지도자가 투자와 차관을 제공한 해외 기업 및 정부에 던진 경고 때문이다.
전적으로 마두로 대통령의 지휘 하에 체결된 차관 조약은 법적 효력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임시 대통령 직을 수행하겠다고 선언한 과이도 국회의장이 마두로 대통령을 퇴출시키고 권력을 잡을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눈덩이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핀란드은행의 이카 코로넌 과도기경제연구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에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경우 새 정부는 기존의 자금 거래를 면밀히 검토하고 법적 책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는 중국 및 러시아와 직접적으로 맞물린 문제”라고 설명했다.
양국이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 트럼프 행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베네수엘라의 정치 문제에 제3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러시아 외교부 역시 미국이 정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인터아메리칸 다이어로그의 마가렛 마이어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수백억 달러의 손실 위기에 처한 중국이 베네수엘라의 정국 안정을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하려는 움직임”이라며 “양국의 자금 거래는 과거 30년에 걸쳐 복잡하게 얽힌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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