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IBK기업은행이 인도네시아 아그리스은행 인수를 마무리했다. 인수 조건이었던 현지 은행 추가 인수와 금융당국의 승인을 충족시킨 것에 따른 결과다. 기업은행은 올 상반기 안에 두 은행을 합병한 현지 법인을 출범하고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16일 아그리스은행 지분 95.79%를 인수했다. 총 50억4000만주 규모다. 지난 15일 주당 228루피(Rp)에 거래된 것을 기준으로 하면 인수가는 900억원 가량이다.
기업은행은 2017년 11월 아그리스은행 대주주인 DIP(Dian Intan Perkasa)와 82.59%를 매입하는 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추가 계약을 통해 매입 규모를 95.79%로 확대했다.
이번 인수는 계약 조건을 충족시킨 데 따른 것이다. 기업은행은 아그리스은행 외에 추가로 인도네시아 은행 1곳을 인수하고,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는 조건으로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외국계 은행이 현지 은행을 2곳 이상 인수하고 합병할 때에만 경영권 행사에 필요한 지분 50%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기업은행은 지난 4월 금융당국의 승인을 전제로 미타라니아가은행 지분 71.68%를 인수키로 했다. 이어 지난 12월에는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두 은행에 대한 인수를 승인받았다.
2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김도진 은행장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
남은 것은 미타라니아가은행 지분 매입과 두 은행의 합병이다. 기업은행은 조만간 이를 마무리하고 상반기 내에 합병 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합병 후 통합 작업도 진행 중이다. 현지 법인 설립 후 곧바로 영업에 뛰어들기 위해서다.
기업은행은 이미 두 은행의 대내외 규정을 합치고 세부 업무를 통합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글로벌사업부는 매주 인도네시아를 오가며 합병 후 필요한 자본 확충이나 IT 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합병 법인이 출범하면 기존보다 영업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은행은 자본금 기준에 따라 영업범위가 정해지는데 현재 아그리스은행과 미타라니아가은행은 1조루피 미만의 소형은행(BUKU1)이다. 두 은행을 합치면 1조~5조루피 미만으로 등급이 한 단계(BUKU2) 상향된다. 같은 소형은행이지만 가능한 외환 거래 규모나,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커진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은행들은 대부분 BUKU2에 속한다"며 "현지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수출입 업무 지원을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취임 초부터 'IBK아시아금융벨트' 구축에 공을 들인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첫 해외은행 인수합병(M&A)이라는 결실을 맺을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을 잇는 IBK아시아금융벨트를 구축해 해외 이익 비중을 현재 7%에서 2025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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