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이 퇴장한 유로존 채권시장이 예상 밖의 강세를 연출, 투자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수년간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큰 손’을 자처했던 ECB의 부재에도 주요국 국채 수익률이 기록적인 하락을 연출한 것.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본부[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른바 양적완화(QE) 종료에 따른 충격이 유로존 채권시장을 강타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빗나간 셈이다.
30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독일을 필두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주요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월 기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이달 10bp(1bp=0.01%포인트) 하락해 8개월래 최대 낙폭을 나타냈고, 같은 만기의 스페인 국채 수익률 역시 한 달 사이 16bp 밀리며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후퇴를 기록했다.
3년 이상 지속된 ECB의 자산 매입이 지난 달 종료되면서 중앙은행의 개입 없는 첫 한 달 동안을 보낸 채권시장에 ‘큰 손’의 공백을 엿보기 어려웠다. 연초 발행 물량이 집중되는 계절적 특성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움직임은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유럽 채권펀드 역시 뭉칫돈이 유입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한 주 사이 관련 펀드로 52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밀려들었다.
안전자산에 해당하는 국채 가격이 뛴 것은 유로존의 경기 한파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주변국은 물론이고 공동통화존의 성장 동력에 해당하는 독일까지 실물경기가 둔화되자 국채 매수 열기가 달아올랐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ECB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 역시 채권시장 강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VTB 캐피탈의 닐 맥키넌 전략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전세계 경제 성장이 정점을 찍었고, 인플레이션도 통제되고 있어 ECB뿐 아니라 주요국 중앙은행이 부양책을 동원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ECB가 QE와 같은 형태의 부양책을 재개하지는 않겠지만 은행권 장기 저리 대출 공급을 포함한 비상 대책을 가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세 흐름의 지속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ECB가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한 사이 ‘팔자’에 무게를 실었던 해외 투자자들이 매수를 재개할 것인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연초 상황은 우호적이다. 최근 12%의 금리에 발행된 스페인의 10년 만기 신디케이티드 채권에 아시아와 미국, 캐나다 등 해외 투자자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인 것. 이탈리아가 발행한 15년 만기 신디케이티드 채권에도 뭉칫돈이 몰렸다.
고수익률이 일본 연기금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사자’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의 유동성이 위축되는 데다 유럽의 정치권 리스크가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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