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중국 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충격파가 아시아와 미국, 유럽 곳곳에 전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심층 분석했다.
쌓여가는 부채, 과투자, 민간부문 위축에 미국과의 무역전쟁까지 겹쳐 중국 경제성장세가 수십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둔화됐다. 이에 따라 제조업 생산과 소비가 위축되며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은 수년 간 고속성장을 지속하면서 세계 각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국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10년 간 중국은 글로벌 수출입 성장률에 10분의 1을 기여했고 유로존 채무위기 등 글로벌 위기 때마다 수요를 보장하는 든든한 시장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 중국 경제가 흔들리자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처리 장비와 스마트폰 부품 수요가 줄자 지난해 12월 일본 수출이 3.8% 감소했고, 대중 수출을 늘리려 애를 쓰는 독일은 지난해 5년 만에 최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미국과 아시아 주요국 등의 대중 수출은 지난해 10% 가까이 줄었다.(옥스포드이코노믹스)
또한 중국이 국내에서 소화되지 못한 물량을 수출로 풀어내려 하자 아시아 전역에서 수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무역 분쟁으로 취약한 상태인 유럽 경제는 큰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은 대중 수출이 약화돼 제조업 부문의 3년 간 활황이 종료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 제조업의 척도로 간주되는 알루미늄 기업 캐터필러는 중국에서의 매출 둔화를 이유로 올해 순익 경고를 내놓았다. 자동차 부품 선두주자인 독일 콘티넨탈은 중국 자동차 생산이 전년비 두 자릿수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해 자사의 수주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 경고했다.
가장 큰 충격파는 아시아에 전해지고 있다. 중국 수요가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중국 수입의 15%를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이 그 여파를 가장 여실히 체감하고 있다.
총 수출의 25%를 중국에 수출하는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수출 수익이 전년비 14% 감소했다. 지난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 4분기 순이익이 28% 감소한 것은 첨단 스마트폰에 대한 중국의 수요 감소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애플 공급업체로 일본 제조업의 척도로 간주되는 일본전산(Nidec)도 같은 이유로 어닝 경고를 내놓았다.
미국에서는 그래픽 칩 제조업체인 엔비디아가 중국 수요 약화를 이유로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유럽에서는 아디다스가 중국 매출 둔화를 경고했다.
호주는 관광 및 교육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호주 교육서비스 업체 나비타스는 중국 학생들이 지난해만큼 몰려들지 않고 있다고 밝혔으며, 지난해 호주 시드니공항을 이용한 중국 여행객 증가율은 4.5%로 2017년의 17%에서 크게 하락했다.
이 가운데 중국이 내수로 소화하지 못하는 공급을 수출로 인근 아시아 국가들로 밀어내고 있어 이 지역 수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철강제품 순수출은 전년비 3.5% 늘었고, 지난해 정제유 수출은 전년비 12.4% 증가했다. 이에 베트남 등에서는 제조업체들이 투자 계획을 미루고 재고 감축에 나서고 있다.
중국원양해운그룹(COSCO)의 컨테이너 [사진=로이터 뉴스핌] |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