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연초 미국 주식과 채권이 동반 강세를 보여 주목된다.
지난해 10월 이후 폭락했던 뉴욕증시가 강한 랠리를 연출,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는 한편 장단기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하락하며 실물경기의 적신호를 보내는 상황.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시장 전문가들은 주식과 채권의 동반 상승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데 입을 모으는 동시에 결국 주가가 꺾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5일(현지시각)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뉴욕증시의 S&P500 지수가 지난달 7.9%에 달하는 상승 기염을 토했다. 주가가 월간 기준 2015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뛴 셈이다.
동시에 시장 변동성은 가라앉았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CBOE 변동성 지수(VIX)는 지난달 35% 급락했다. 이 역시 2015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에 해당한다.
문제는 위험자산인 동시에 경기 선행지수로 꼽히는 주식이 보내는 신호가 장단기 금리와 크게 엇갈린다는 점이다.
미국 벤치마크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69% 선에 거래, 지난해 11월 3.232%에서 가파르게 떨어진 것.
뿐만 아니라 10년물 수익률은 월간 기준 3개월 연속 하락해 중국발 경기 한파가 강타했던 2015년 여름 이후 최장기 내림세를 나타냈다.
장기물 국채 수익률의 하락은 일반적으로 경제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의 둔화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식과 금리의 상반된 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월가의 투자자들은 채권시장의 경고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사이클을 상당 기간 중단할 뜻을 밝혔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진전을 이루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됐지만 실물경기가 꺼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레이몬드 제임스의 케빈 기디스 채권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뉴욕증시와 국채시장의 엇박자가 두드러진다”며 “이들 시장 지표가 보내는 신호가 궁극적으로 수렴할 때 주식시장이 커다란 변동성을 동반하며 급락할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2.2%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월 고용 지표가 정부 셧다운 사태에도 30만4000건을 기록하며 호조를 이뤘지만 제조업과 주택시장, 소비자심리 등 굵직한 매크로 지표가 일제히 적신호를 보내는 상황이다.
2017년 말 시행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세금인하는 약발을 다했다는 것이 중론이고, 월가 애널리스트는 올해 1분기 기업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주가 강세가 지난해 4분기 급락에 따른 반작용일 뿐 펀더멘털을 반영한 추세적인 상승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웰스 파고가 지난달 11% 급등한 소형주 비중을 축소하는 등 기관들은 뉴욕증시의 방향 전환에 대비하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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