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되면서 실무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평양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한 것에 맞춰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6일 오전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에 입성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사진=뉴스핌] |
비건 특별대표는 자신의 협상 파트너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를 상대로 2차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문을 채울 의제를 확정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정상회담 의제를 정하는 정도가 아니다. 트럼프 정부는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범위를 반드시 ‘특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 안팎의 평가는 싸늘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를 위한 조치엔 나선 것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김정은의 승리’라고 단언했을 정도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이같은 비판론과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로드맵까지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이런 점에서 평양으로 향한 비건 특별대표의 어깨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는 이미 지난주 스탠퍼드 대학 강연을 통해 북한과의 전쟁 종식과 과감한 경제 지원 등을 언급하는 동시에 북한의 핵 목록 제출과 국제 사찰 수용, 핵무기 전면 폐기 등을 거론하며 배수진을 쳤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갖겠다고 발표를 한 상태다. 비건 특별대표로서는 정해진 ‘마감 시간’ 안에 어떻게든 북한을 설득해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내야한 처지다. 퇴로가 막힌 협상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반면 카운터 파트인 김혁철 전 대사는 이같은 비건의 불리한 입지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이같은 협상 전술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미국 정부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확실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정상회담 개최 하루 전날 밤까지 북한은 이를 거부하며 ‘벼랑 끝 전술’을 펼쳤다. 결국 미국은 CVID를 정상회담 합의문에 넣는 것을 포기했고, 이는 싱가포르 북미회담 실패론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상항은 다시 비슷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 연설에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베트남의 어느 도시에서 개최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아직도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를 놓고 채워야 할 여백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교 협상의 귀재’로 불리는 북한이 이를 놓칠리 없다. 북한 정부나 언론은 아직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나 비건 특별대표의 방북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비건-김혁철 라인’의 실무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리며 최대한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실제로 북한의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6일 "우리 공화국은 더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다"면서 "미국이 진정으로 조미(북미)관계의 긍정적 발전을 바란다면 우리 공화국의 이러한 공명정대한 제안과 실천적 조치들에 실지 행동으로 그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기존에 생산한 핵 무기 신고와 폐기에 대한 언급은 빼놓은 채 미국의 상응 조치만 압박한 셈이다.
북한의 김 전 대사도 비건 특별대표를 상대로 이달 말 베트남 북미정상회담의 ‘촉박한 시간’을 거론하며 북한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관철하는 합의를 종용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통 큰’ 합의에도 불구하고 ‘비건-김혁철 라인’의 실무협상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