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공포기억에 무덤덤해지도록 우리 뇌를 조절하는 효소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김세윤 교수 연구팀은 뇌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이노시톨(포도당 유사물질) 대사효소를 제거함으로써 공포기억의 소거 현상이 조절되는 것을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이노시톨 대사효소는 음식으로 섭취되거나 생체 내에서 합성된 이노시톨을 인산화해주는 효소다.
연구결과는 권위 있는 세계적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지난달 28일 게재됐다.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지워지는지’는 현대 신경생물학의 핵심주제라고 연구진은 말한다.
(그림) 이노시톨 대사효소(IPMK) 제거된 생쥐의 공포기억 소거 증진: 유전자 녹아웃 기술을 이용하여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 특이적으로 이노시톨 대사효소(IPMK)를 제거했고(상단), 그 결과 소리 및 전기자극으로 학습된 공포기억이 소거되는 능력이 현저하게 향상됐다(하단). 2019.02.07. [자료=한국연구재단] |
특히 인간의 정신건강과 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공포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이해하고 치료하기 위해 공포기억의 소거 과정은 심층연구가 필요하다. 공포기억의 소거(extinction of fear memory)는 단순한 기억의 소멸이라기보다 공포 자극에 동기화한 기억을 억제하는 또 다른 학습으로 여겨진다.
연구팀은 뇌의 흥분성 신경세포에 발현되는 이노시톨 대사효소가 공포기억의 소거 조절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이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만 특이적으로 이노시톨 대사효소를 제거하자 공포기억의 소거 반응이 촉진됐다. 또 효소가 제거된 생쥐의 편도체에서는 공포기억의 소거 반응을 전달하는 신호전달계의 활성화가 동반됨이 확인됐다.
따라서 이번 연구를 통해 이노시톨 대사가 기존에 알려진 세포의 성장, 신진대사 뿐 아니라 뇌기능 조절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큰 사고나 트라우마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공포증 등 심각한 뇌질환들에 대한 이해와 치료 타깃을 확립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노시톨 대사효소의 신경계 신호전달 조절에 관한 분자적 작용과정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