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등 혐의로 미국 퀄컴에 27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치에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지난달 31일 퀄컴과 한국퀄컴, 퀄컴CDMA테크놀로지코리아(QCTK)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조치등취소청구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일부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재판부는 “원심 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무선주파수(RF) 칩에 대한 조건부 리베이트 제공행위로 인한 과징금 납부명령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09년 말 퀄컴이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고 보고 273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특히 퀄컴이 자사 모뎀칩 장착 여부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에 대한 기술사용료(로열티)를 차별적으로 부과, 같은 제품을 공급하는 다른 경쟁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어렵게 하는 ‘가격차별에 의한 사업활동 방해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퀄컴 칩을 구매하는 정도에 따라 해당 휴대전화 제조사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배타조건부 거래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퀄컴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소송에서는 퀄컴이 배타조건으로 로열티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동시에 로열티까지 할인해 휴대전화 제조사에 자사 칩을 판매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거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원심은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퀄컴이 모뎀칩과 RF칩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인정되고 이에 따라 차별적 로열티를 부과한 행위가 불공정거래라고 판단한 것이다. 리베이트 제공행위 역시 공정거래 질서에 반하는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과징금 납부 명령도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공정위의 시정명령 가운데 한국퀄컴과 QCTK에 대한 명령은 “위반행위를 넘는 부분까지 금지하고 있다”며 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당시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전제한 ‘LG전자의 국내 시장점유율 40%’라는 근거가 없고 이러한 전제가 잘못된 이상 퀄컴의 리베이트로 RF칩 시장에서 40% 이상 시장봉쇄 효과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리베이트 제공행위로 인해 RF칩 시장 전체에서의 경쟁제한성 내지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의 부당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RF칩 리베이트 제공행위에 관한 과징금 납부 명령도 전부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전반적인 공정위 판단과 이에 대한 원심 판결은 적법해 상고를 기각하고 나머지 과징금 부과 등 시정명령 조치 역시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퀄컴은 2004년 4월부터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CDMA 기술을 사용하도록 하면서 경쟁사의 모뎀칩을 쓸 경우 로열티를 더 받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는 2000년 7월부터 모뎀칩 수요 가운데 일정량 이상을 자사 제품으로 구매하는 조건으로 분기당 수백만 달러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공정위는 2009년 당시 최대 규모 수준인 27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2016년에도 비슷한 이유로 퀄컴에 1조3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 관련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brlee19@newspim.com